내주 발표를 앞둔 감사원의 공적자금 운영실태에 대한 특감결과가 서서히 윤곽을 나타내면서 공적자금을 둘러싼 정부기관과 금융기관,부실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비리가 극명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우선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J, M사 등 10여개 부실기업의 전 기업주들이 4억여달러(약 5천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또 이들 이외에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은 부실기업의 전직대주주.임원 등이 총 4조원대에 이르는 재산을 도피.은닉한 혐의가 드러나 감사원이추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대규모 기업 도산이 잇따랐음에도 불구, 기업인들이 기업을 살리기 위해 사재를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채우는데 급급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정부가 철저하게 재무구조나 회계상태를 점검하지 않고 선심쓰듯 공적자금을 지원한 점도 드러나 더욱 놀라움을 주고 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나라종금.대한종금은 지난 98년 1월과 7월 두차례 실시된 정부의 퇴출심사에서 허위.분식회계 등으로 경영실적을 속여 정부가 제시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 퇴출심사를 통과, 영업을 재개한 것이 적발됐다.
그러나 나라종금과 대한종금은 결국 작년 5월과 99년 6월 각각 파산처리돼 3조4천억원과 3조원의 공적자금이 예금 대지급에 투입돼 더 큰 손실을 초래하게 됐다.
감사원은 당시 분식회계에 참여한 종금사 임원과 회계법인 등에 대한 책임을 묻고 정부의 정책판단상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책임추궁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