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北] [시론/6월 15일] 대북제재와 이명박 정부

최근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고 연이어 6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안보리대로 지난 12일 '5ㆍ25' 북한 제2차 핵실험을 강력 비난하고 추가 대북 제재를 담은 대북 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미국대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근거로 국내법을 적용해 대북 제재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우리 정부는 6월1일부터 북한 기업 3곳에 대한 금융 제재에 들어갔다고 한다. '버릇 고치겠다'식 접근위험
미 재무부는 대북 금융 제재를 가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2008년 북한을 적용 대상에 포함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자금 동결을 이끌었던 소위 애국법(Patriot Act) 등이 그 수단이다. 이와 관련, 미화 100달러짜리 초정밀 위폐 '슈퍼노트'가 북한산이라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소식도 있다. 미국은 2005년 BDA 사례에서 약한 단계의 금융 제재를, 2006년부터는 이란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금융 제재 효과를 테스트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유형의 제재조치들이 당사국을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애초의 목표를 좌절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은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향해 미국은 헬름스-버튼 법안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퍼부었지만 미국이 의도한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적으로는 더욱 강력한 반미정책과 결속력만을 갖게끔 했다. 북한정권을 향한 국제적 수준의 다양한 제재조치도 경제적ㆍ심리적으로 압박할 수단은 되지만 이것만으로 핵과 미사일 포기를 얻기는 어렵다. 오히려 북한정권은 이런 대외적 압박을 대내적으로 활용하면서 더욱 광기어린 반발을 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주변국들도 감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 이미 13일 북한은 외무성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우라늄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3개 대응조치를 선언했다. 통상 북한정권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특이성을 지닌다. 하나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희생할 수 있는 정권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떤 어려움도 잘 견뎌낸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조치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1992년부터의 소위 북핵 위기 사태를 겪으면서 북한은 학습되고 단련됐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주변국들은 북한을 총력을 기울여 압박하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던 것이다. 그만큼 향후 북한정권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대북정책의 요체는 북한정권을 잘 관리한다는 것이다. 취약국가, 실패국가, 악의 축, 깡패국가 등으로 명명되는 북한정권을 어떻게 안정된 국제질서 내로 안착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국제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협상과 강제라는 국제정치학적 대안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의 민주당 정권은 전자에, 현 이명박 정부는 후자에 주안점을 둔 관리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어느 쪽을 치중해서 가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국내적ㆍ국제적 정책환경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차분하게 협상테이블로 끌어야
북한정권을 잘 관리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겠다는 취지와 의도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잘못됐기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인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면 대단히 위험하다. 북한정권에 대해서도 '버릇을 고치겠다' '본때를 보여주겠다' '항복을 받겠다'는 식의 인식과 접근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식은 제재와 함께 협상의 테이블로 상대편을 끌어내는 방책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온통 북한 제재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차분하고 치밀하게 이들을 끌어낼 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이 관리이다. 그리고 이것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철학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제재를 엄밀하게 하되 민족적 비전으로 북한을 얼싸안을 수 있는 아량과 넉넉함은 결국 통치 철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식의 차별적이고 생산적인 북한 관리방식이 무엇일까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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