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11월 6일] 잠 못 이루는 투자자들께

폭포수처럼 급전직하하던 주가가 요 며칠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오바마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급한 것 같지만 일단 바닥은 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래도 투자 원금을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절반만이라도 건지면 다행이겠는데 워낙 참담하게 손해를 본 터라 그조차 쉽지않을 것 같아 가슴이 탑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이어집니다. 오죽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어떤 돈인데….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모아 교육비, 집 마련, 노후에 쓰려고 했던 돈 아닙니까. 힘든 상황일수록 냉정해져야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되겠습니까마는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제 주변에도 주식과 펀드로 큰 손실을 본 사람이 있는데 그는 의외로 담담합니다. 길게 가기로 했기 때문이랍니다. 계좌를 장롱 속에 묻어놓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것이고 정 안되면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는 것입니다. 농담인줄 알았더니 정색을 하며 ‘장롱주식’ ‘상속펀드’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더군요. 첫째는 경제에 대한 확신입니다. ‘미국 경제가 망하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망한다’ ‘그럼 미국 경제가 망할까?’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럼 기다리자’ ‘언제까지?’ ‘짧으면 2년, 길면 10년’. 그가 며칠을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우리 외환위기 때도, 세계 경제에 혹한을 몰고 온 대공황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나니 주가가 제자리로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르면 떨어질 때가 있고 떨어지면 오를 때가 있다는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을 믿을 뿐 정부ㆍ한국은행ㆍ증권사 등 누구도 믿지않는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그릇된 판단과 뒷북대책으로 신뢰를 잃은 정부와 한은도 그렇지만 그는 특히 은행과 증권사를 강하게 비판합니다. ‘대세상승’ ‘코스피 2,000시대 정착’ ‘차이나펀드’니 하면서 대박의 꿈을 부풀려 돈을 끌어가 이렇게 망쳐놓고도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속을 헤집는 말을 해대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외치고 있고 어느 증권사 회장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다 털린 터라 천하 없는 기회라 해도 투자할 돈이 없으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거지요. 두번째 이유는 지금 주식을 정리하면 원금회복 내지는 손실 폭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팔아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얼마 안 돼 그것을 종잣돈 삼아 적금 등 다른 수단으로 손실을 만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식과 펀드의 경우 물량은 그대로이니 시장이 좋아지면 손실만회 확률도 높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대처방법은 다를 것입니다. 다만 빚을 내거나 급하게 쓸 돈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오로 그냥 묻어두는 것도 한 방법일 듯싶습니다. 상승 때마다 조금씩 팔아 현금을 확보했다가 저가에 매수하라는 조언도 있지만 어디 아마추어들이 그런 실력을 갖고 있나요. 조금 길게 보는 것도 한 방법 손실은 나만의 일이 아닙니다. 워런 버핏 등 투자의 귀재들도 맥을 못 춘 장이었습니다. 우리와 이들 투자대가의 차이는 ‘때를 기다릴 수 있느냐’이며 그게 성패의 요인이 아닐까요. 어떤 선택을 하든 지나친 비관과 극단적 행동은 안될 일입니다. 가족들을 생각하십시오. 돈을 날린 것보다 당신의 풀죽은 모습이 그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이기지 못할 고통, 끝이 없는 괴로움은 없다고 합니다. 건강을 챙기십시오. 그래야 잃었던 돈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야외에라도 나가 기분전환과 함께 긴 호흡을 가져보기를 권합니다. 모두가 웃는 날이 빨리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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