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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으로 멈춰 선 여수 유화단지 갔더니…<상>] 재발 방지위해 '전력선 복선화' 절실
입력2008.05.11 17:11:52
수정
2008.05.11 17:11:52
한전-업체 비용부담 싸고 공단조성이후 대립<br>"전압강하 대책등 시스템 전반 손질 필요" 지적도<br>기업들 불만있어도 군소리 못하고 정부서도 방관
| 한국유화산업의 심장부인 여수산업단지가 사소한 전력 트러블에도 생산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취약한 시스템을 드러냈다. 지난 3일 1차 정전 사태 때 여천화력발전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원인이 됐던 수전소 피뢰기(한화석유화학 공장 내)가 마치 정전 사태를 자책하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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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라는 거죠.” (여수유화단지 입주업체의 한 관계자) 정전 사태를 맞은 여수국가산업단지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입주업체는 어떤 입장과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나. 서울경제 취재팀이 현지에서 받은 인상은 ‘정전 피해를 보기 싫으면 (업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압박감 같은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정전과 같은 사태를 피하려면 전력공급선 복선화가 핵심 해법. 이번에 정전이 된 한화석화나 여천NCC의 경우 호남화력발전의 전력을 단선으로 공급받고 있다. 피뢰기나 변압기 등의 고장만으로도 공급선에 이상이 생겼으며 결국 공장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결함에 멈춰버렸다.
한쪽 전력선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공급선이 있다면 공장이 멈추는 일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전력 복선화를 위해서는 수백억원대의 돈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누가 책임지느냐를 놓고 한전과 입주업체들이 공단 조성 이후 줄곧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한전 측은 “전기와 전력 복선화를 필요로 하는 업계가 비용을 대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업체들로서는 ‘전력은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관리 및 책임을 져주는 것이 온당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워낙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쉽사리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정전의 피해는 온전히 입주업체 몫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답답한 쪽은 기업체. 결국 스스로 복선화 사업을 추진한 곳도 있었다. 지난 2006년 두 차례 정전을 겪은 여수산단의 GS칼텍스는 자체 복선화 사업으로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정전피해액보다 공사비용이 더 적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수산단의 전력 공급을 둘러싸고 미연의 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체계 전반(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줄 수 있는 방식 등)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입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1차 정전 사태 때는 발전소 자체가 정지됐다”며 “이번 정전 문제는 복선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므로 결국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전압 강하에 대한 대책 수립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전력시스템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며 이는 온전히 한전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이번 현지 방문에서 취재팀이 확인한 또 하나의 특징은 입주업체들의 불만은 팽배한데 격앙된 목소리가 밖으로 울리지는 못하고 있는 점이다.
각종 감독권을 쥔 ‘갑’ 입장의 한전에 ‘을’일 수밖에 없는 업체가 전력고객으로서의 요구를 당당히 하지 못하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한마디로 누구 말이 옳든 한전이 버티면 업계는 군소리 못하는 구조인 것만은 확실했다.
이 때문인지 중재 방안을 내놓는 기업들도 상당히 많았다.
현지에서 만난 다른 관계자는 “복선화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국가 기간산업관리 책임이 있는 국가와 전력안정화 의무를 진 한전, 또 전력의 수요자인 입주기업이 함께 분담하는 방법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복잡한데도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현지를 방문, “전력 공급 복선화 시스템 구축을 검토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지에서는 구체적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립서비스’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청와대에서도 2차 사고 이후 ‘변압기 폭발’로 언론에 보도되자 현황 파악을 위해 공단 본부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 폭발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는 순간 관심이 시들해진 분위기여서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안일한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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