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기자 < 증권부 >
“이번에도 분기보고서 제출 전에는 잠정 실적 공시를 안 할 계획입니다.”
20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 10위권 업체의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코스닥지수는 520포인트를 넘보며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넘쳐나는 유동성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코스닥 돌풍의 진짜 이유는 바로 ‘실적’이다.
특히 10월은 3ㆍ4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서 ‘어닝시즌’이라 불린다. 몇몇 기업들은 3∙4분기 분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11월15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잠정 실적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 시장의 공시상황만 보면 아직 실적시즌은 오지 않은 것 같다. 코스닥기업들이 해마다 잠정 실적을 미리 발표하는 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3∙4분기 잠정실적을 공시한 코스닥법인은 전체의 2.6%인 26곳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유가증권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 해 같은 기간 19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늘어나긴 했지만 지난해 11월15일 이전에 실적을 공시한 코스닥기업이 전체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252곳이었음을 감안하면 현재 추세로 볼 때 지난해 상황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결산실적 발표의 ‘예고’라고 할 수 있는 결산실적 예고 공시는 더 찾아보기 힘들다. 20일까지 결산실적예고공시를 한 코스닥법인은 달랑 6개로 지난 해 같은 기간의 7곳보다 오히려 줄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의 6분의 1수준이다.
코스닥기업들은 “원래 그래왔고 필요를 못 느낀다”고 주장한다. 한국거래소로서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11월15일까지 모든 상장법인의 실적을 찾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배려한다면 잠정 실적을 미리 제공해서 ‘투자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실적’ 덕분에 코스닥이 오랜만에 주목 받고 있음에도 정작 투자자들이 참고할 만한 실적 정보는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 approac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