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가 김기라의 개인전이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눈두덩이에 퍼런 멍이 든 히 틀러와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는 파시즘과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국제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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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눈두덩이에 펀치를 날려라!'
현대미술가 김기라(35)의 개인전이 열리는 소격동 국제갤러리 본관 전시장에는 눈두덩이에 시퍼렇게 멍이 든 히틀러와 엘리자베스여왕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거대권력과 개인의 역학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가 애교있게 드러낸 파시즘과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이다. 그 옆에는 성모자상의 형태를 한 하얀 조각상이 있다. 히틀러가 깡마른 아이를 안은 채 해골과 지구를 딛고 선 작품은 충격 그 자체다.
전시장 입구에는 어린 권투선수의 금빛 조각상과 '죽여주세요'(Please Kill Me)라고 적힌 네온글씨가 관람객을 맞는다. 2층 전시장으로 향한 계단 앞에서는 'SHIT'(똥)이고 적힌 발판이 놓여있다.
심각한 주제를 재치있게 얘기하는 작품을 보면 노여움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온다. 슈퍼맨과 베트맨같은 슈퍼히어로들을 뒤섞어 괴물로 만든 두상 조각들은 TV나 영화가 주입시킨 이데올로기를 꼬집은 것. 이 뿐 아니다. 커다란 은접시에 그린 자화상은 목이 잘려 은쟁반에 올려졌던 세례자 요한에 자신을 빗댄 작품이다.
김기라는 학부에서는 회화를, 대학원에서는 조각을, 영국 골드스미스에서는 비주얼 파인아트(Visual Fine Art)를 전공해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 현대미술가가 됐다. 지방대의 설움과 유색인종의 차별을 겪기도 했던 그는 거대권력과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개인에 대한 고민을 작품 활동의 큰 맥으로 삼고 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작은 '햄버거 정물화' 시리즈. 현대 물질문명과 대량생산을 대표하는 햄버거와 캔음료 등을 그리되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 화풍을 그대로 따랐다. 부패를 상징하는 파리와 썩은 음식물 찌꺼기가 날 선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슈퍼 메가 팩토리'(Super Mega Factory)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는 10월18일까지 계속된다.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