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위안화 절상"에 中 "약달러 탓"

■ 미·중 '통상분쟁 불씨' 커졌다

제3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 개막 첫날인 12일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와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은 연설 순서를 서로에게 양보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나 달콤한 분위기는 몇 초도 못 갔다. 우 부총리는 개막연설에서 “미국 의회가 중국을 겨냥한 50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양국 관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고 폴슨 장관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거론하며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양측의 ‘덕담’은 ‘악담’으로 돌변했다. 미ㆍ중 양국은 이번 경제전략대화에서 얻은 것에 비해 잃은 것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중국이 약달러 문제를 놓고 미국을 훈계했다”고 논평했을 정도로 미국 측의 ‘상처’가 크다. 이번 회담에서 제품 및 식품안전성과 관련된 협정을 포함해 14개의 통상협정을 체결하고, 회담에 앞서 중국 측이 적격외국인투자자(QFII) 투자한도를 3배로 확대하는 등 시장개방 조치를 취한 것은 성과였지만 회담 기간 내내 이어진 양측의 ‘독설’에 가까운 환율 공방은 통상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견해차가 좁혀지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회담 이틀간 양국은 무역ㆍ재무ㆍ식품안전 등 분야의 주무장관들이 양국의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비롯해 위안화 환율 문제와 중국산 제품의 안전 문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미국 측은 위안화 환율의 평가절상과 미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장벽 해소 등을 중국에 요구하고 최근 리콜 사태로 문제를 빚은 중국산 수출품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보호무역 장벽 해소를 강하게 촉구했다. 폴슨 재무장관은 이틀 내내 “중국이 과열경기 속에 인플레이션이 심각해지고 자산 ‘거품’도 확산되고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환율을 더 융통성 있게 운용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에 의료시장 개방을 확대하라고 요구했고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중국은 자국영화 보호를 위해 연간 해외영화 20편만을 상영하고 있는데 이런 조치를 폐지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무역 불균형 해소의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식ㆍ의약품 안전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비판하며 미국이 중국에 대한 시장개방 범위를 확대할 것을 역으로 요구했다. 중국은 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중국의 환율 문제라기보다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우 부총리는 “제품의 질과 안전성 개선에는 미국도 적정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미국의 이익단체들이 사실을 과장하고 있는데 미 정부는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는 이런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안화 절상에 대한 방어는 ‘미스터 위안’이라 불리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선봉에 섰다. 저우 행장은 “중국은 미국이 강한 달러를 갖는 것을 지지한다”며 “미국의 금리인하가 중국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면서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은 “최근 달러가치가 지나치게 하락해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급등한데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자산의 가치가 잠식됐다”며 “달러약세와 그로 인한 세계 경제의 성장잠재력 변화가 더 큰 걱정거리”라고 미국을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번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은 식품 의약품 품질기준에 관한 협정과 중국인에 대한 미국 여행 확대에 관한 양해각서 등 14개 협정에 서명하는 등 성과도 적지않았다. 또한 회담 기간 위안화가 연속 3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정부는 QFII 투자한도를 300%로 증액하는 등 금융시장 개방 확대조치를 취했다. 특히 위안화 절상과 관련, 저우 인민은행 행장은 “무역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의 구조조정과 내수진작, 경제정책 조정 등을 할 필요가 있으며 위안화의 탄력성을 확대하는 것도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지속적인 환율개혁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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