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언제 파오리까.” 분당에 사는 박모(38)씨는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값에 나날이 한숨만 늘고 있다.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집 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박씨 입장은 이보다 심각하다. 92㎡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박씨는 지난 5월 급매물로 나온 109㎡형 아파트 한 채를 5억7,000만원에 구입했다. 지난해 말 6억5,000만원을 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8,000만원 정도 싸게 산 셈이다. 박씨는 1ㆍ11 부동산대책 이후 시작된 그 지역의 약보합세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판단, 보유하고 있던 92㎡형 아파트 가격이 오른 뒤 팔 작정으로 제2금융권에서 5억원을 대출받았다. 기존 아파트를 사기 위한 제1금융권 대출금을 합하면 차입액수가 6억5,000만원을 넘는다. 박씨는 1가구2주택 유보기간인 1년 안에는 집 값이 지난해 말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럴 경우 박씨 입장에서는 두 채 가격이 함께 오르는 것이어서 최소 1억원 정도는 시세차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구입 후 상황이 박씨의 생각과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 지난해 말 5억2,000만원을 호가했던 92㎡형은 한때 4억원 초반까지 떨어졌다. 새로 구입한 109㎡형은 구입가격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부터 9월 말까지 분당의 100㎡형대 아파트 시세는 평균 1.27% 떨어졌다. 박씨 입장에서는 지금 92㎡형을 팔아 은행빚을 갚을 경우 가격이 정점일 때보다 최소 5,000만원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렇다고 내년 5월까지 마냥 기다려보자니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한달에 300만원이 넘는 대출 이자도 부담이다.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박씨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올해 중 상환해야 하는 처분조건부 대출 1만5,000여가구를 포함해 일시적 2주택자 수는 3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일부는 이미 처분했겠지만 대다수는 박씨처럼 아직 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처지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매도자들은 아직 시장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해 매매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양도세 등 세금과 시세 변동을 꼼꼼히 따져 매수 타이밍을 결정할 때”라고 말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