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 검사가 '검사 스폰서 의혹' 문건을 공개한 건설업자 정모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이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다. 또 스폰서 검사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된 박기준 부산 지검장은 정씨의 진정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하고 향응까지 제공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사 스폰서 의혹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는 9일 오전 서울고검에서 7차 회의를 연 후 15층 회의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위는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된 박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향응수수ㆍ검사윤리강령ㆍ보고의무 위반 등 비위 사실이 확인된 관련 검사 10명에 대한 징계를 검찰총장에게 건의했다.
진상위는 박 부산지검장의 경우 2003~2004년 식사와 술을 제공받고 한 전 대검 감찰부장은 정씨로부터 100만원을 수수한 사실이 인정되며 부산지검 모 부장검사는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성접대 혐의가 확인된 부장검사의 경우 진상위가 검찰사건 처리 기준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도록 검찰총장에게 권고함에 따라 형사 처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진상위는 비위 사실이 확인됐지만 징계시효가 지난 검사 7명은 인사조치할 것을 요구했으며 술접대 등에 단순히 참가한 것으로 드러난 검사 28명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의 엄중 경고를 건의했다.
하지만 진상위는 정씨의 문건에 거론된 대다수 검사들이 부적절한 식사ㆍ술 접대를 받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씨 주장과 같은 지속적인 접대는 아니었으며 대가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성 위원장은 "제보자 정씨가 접대 이유는 말하지 않은 채 조사과정에서 주장이 여러 차례 번복됐고 검사들과 대질신문을 거부한 것이 아쉬웠다"면서도 "100명이 넘는 전ㆍ현직 검사들을 조사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진상위는 이번 사태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찰문화 개선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 등을 건의했다. 또 대검 감찰부장을 외부인사로 임명하고 독립적인 임기를 정하는 등 감찰권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검찰총장 명의로 전국고검장과 대검 간부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어 관련 검사들의 징계수위와 제도개선책 등을 논의했다.
진상위가 이날 모 부장 검사의 성접대 사실과 한 전 감찰 부장의 현금 수수 사실 등을 공개하며 징계를 건의하기는 했지만 의혹 전체에 대한 구체적인 규명에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해임 또는 중징계, 형사 처벌 권고가 아닌 징계와 인사 조치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권고해 검찰의 향후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