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05년 'BOK 쇼크' 연상… 美와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 한은, 달러 비중 줄인다<br>"달러 여전히 기축통화… 점진적인 다변화 예상"


외환보유액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놓고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중앙은행이 이를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다. 다변화는 곧 달러화의 비중과 연계된 것이었고 이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외교적 차원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외환보유 다변화 검토’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한은 안팎에서는 김 총재의 입장 천명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를 버리고 다른 통화나 채권 등으로 바로 옮겨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성을 달러화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여전히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위치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달러화를 급격하게 줄이지는 못하겠지만 변화하는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달러화 외에 다른 통화나 금ㆍ채권 등으로의 점진적인 다변화는 국가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2005년 ‘BOK 쇼크’ 재연되나=지난 2005년 2월 한국은행은 국회 업무보고서에 외환보유액 다변화와 관련한 한줄짜리 내용을 넣었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달러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를 한은의 달러 매도로 받아들였고 우리뿐 아니라 중국ㆍ일본 등도 달러 매각에 나설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달러 투매로 번졌다. 이른바 ‘BOK(한국은행 영문 약자) 쇼크’였다. 한은은 즉시 “통화 다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혀 사태가 진정됐지만 외환보유액 다변화가 갖는 위력을 여지없이 과시한 사건이었다. 지난달 말 현재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2,897억8,000만달러. 여기에 한국투자공사 위탁분을 더하면 2,900억달러에 달한다. 외환보유액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외국인의 주식ㆍ채권 투자가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우리의 달러화 보유 비중이 63.1%로 세계 평균(62.1%)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약달러 환경 속에서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보유 달러가 대부분 유가증권, 즉 미국 국채 등에 편중된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무작정 달러화를 쌓기보다는 반복적인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안전망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총재가 이날 국감에서 “한국이 ‘달러를 안 좋아하는구나’라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어 그렇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다변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 점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달러화 비중 축소는 곧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양적 완화를 추진 중인 미국 정부의 정책과 미묘한 파열음을 일으킬 수 있는 탓이다. ◇금 보유 확대에는 여전히 부정적=달러화 비중을 줄이지 않고 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04%(8,0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중국은 1.5%, 미국과 독일은 7%에 달한다. 여타 러시아ㆍ인도ㆍ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전통적으로 외환보유액에서의 금 보유 비중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를 비롯한 기존 세계경제 시스템이 불안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금값의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도 이날 내놓은 ‘최근 금값 움직임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금값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의 경제상황 개선에 따라서는 금값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금 보유량을 늘리는 데 대해 다시 한번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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