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통에 뿌리내린 세계성 지향

이종학 초대전 갤러리상서추상작업으로 일관해 온 원로화가 이종학(76)의 9번째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갤러리 상에서 9일부터 18일까지 열린다. 이종학은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952년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58년 신세계화랑에서 첫번재 개인전을 가지면서 화업에 입문했다. 이종학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우리 화단의 분위기는 앵포르멜이었다. 구체저인 형상을 배제한 추상화가 그것이다. 이런 흐름은 반국전과 반아카데미적인 흐름과도 맥을 함께 했는데, 이종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제법 색과 형태를 추구하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군더더기가 그의 화면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작가는 속도감과 영감을 그의 화폭에 심어놓았고, 그렇게 해서 그의 작업은 공간과의 화해라는 덕(德)을 얻을 수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의 작품세계는 동양사상에 바탕을 둔 한국의 전통에 뿌리박고, 창조적 세계성을 지향하는 그러한 태도이다. 표현은 여백을 존중하며 직관적 표현으로 말하자면 일필주의적(一筆主義的) 표현이다." 그의 작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서예 작품을 보듯 또는 낙서와 만난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공간을 휘저으면서도 자유롭게 하는 독특한 필력과 무관하지 않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이 이종학의 작품에 대해 "그가 비록 유화라는 서구적인 방법을 취할망정 정신세계에서는 반유럽적인 자세를 지난다"고 평한데서도 알 수 있듯이, 동양미술의 사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생략을 통해 탄생한 여백에 묵언의 미덕을 심어놓았고, 용필의 힘을 얻어 표현된 조형이 선 자리에는 에너지의 응축된 힘을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용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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