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면피공화국] "문책회피" 의사결정 지나치게 방어적

◇위원회만 거치면 공정한가금융ㆍ기업 등 민간분야 위원회제도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방어적인 의사결정을 하면서 자유롭고 진취적인 의사결정을 막는다는 데 있다. 실제 최근 은행 등 금융회사마다 앞다퉈 도입한 여신심사위원회ㆍ리스크관리위원회ㆍ부실대출 재심사위원회 등 여신관련 기구들은 기업금융을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신 의사결정이 협의체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위원들 중 일부가 사전 의견조율을 통해 부결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최근 경쟁력이 있는 모기업에 대한 여신심사에서 일부 여신담당위원들이 당장의 리스크 때문에 강력히 반발해 대출건이 다른 은행으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물론 위원들의 이 같은 반발은 이유가 있다. 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ㆍ감사원 등 얽히고설킨 감사제도 하에 문책을 당하지 않으려면 조금이라도 위험성 있는 결정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은행 전체적으로 볼 때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거나 반드시 해야 할 사안인데도 먼 장래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 상호묵인 하에 의사결정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사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은행들은 책임 회피를 위해 하다못해 경영에 필요한 주요도구나 은행 집기를 구입하는 데도 외부전문가를 참여시켜 위원회를 구성하는 사례도 있었다. 은행의 사업본부제도 역시 위원회제도와 유사한 부작용을 노출하고 있다. 각 사업본부별로 업무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주며 책임경영을 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업본부별 지나친 실적경쟁 등으로 인해 ‘본부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계 종사자들의 지적이다. ◇정부위원회 정비 아직 멀었다 올 1월 현재 정부산하 위원회는 354개(행정위원회 포함). 대법전에 기재된 우리 법률의 수가 970여개기 때문에 법률 세개 중 하나는 위원회관련 법률인 셈이다. 여기에는 부령과 훈령 등에 근거한 위원회와 부처 공통위원회를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정부가 관련된 위원회수는 어림잡기도 힘들 정도다. 물론 위원회수가 단순히 많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명무실한 채 현상태로 운영될 것이라면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공무원들의 생각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평화의 댐 건설추진위원회'와 '서해안개발 추진위원회'가 남아 있어 문제가 됐다. 두 위원회는 지난 80년대 설립된 이후 한두차례밖에 회의를 갖지 않았는데도 존치했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있었는데 이중 '평화의 댐 건설추진위원회'는 없어지고 '서해안 개발추진위원회'는 아직도 남아 있다. 정부산하 위원회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절차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위해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키지만 실제 실무 공무원들은 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단순한 형식절차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대부분 위원회들이 자문성격에만 그쳐 실제 행정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참여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스며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실제 정부위원회에 참여한 한 위원은 "위원회 참석 당일에야 그날 논의할 주제를 통보받는다"며 공무원들의 폐쇄적인 위원회운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정부위원회의 민간위원 몫이 대부분 교수 등 학자들로 채워지면서 인재풀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한정된 인재풀에서 수백개의 위원회가 운영되다 보니 한 사람이 3~4개씩 중복적으로 위원직을 겸직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결국 정부위원회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에 보다 많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인재풀을 교수 등 학자 집단이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민간 전문가들을 적극 참여시켜야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위원회 정비방식에 따라 ▦필요성을 상실한 위원회는 페지 또는 통합 ▦팀제와 유사한 위원회는 팀회의로 흡수하는 등 과감한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온종훈기자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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