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SOC투자 축소 절대 안된다

256조 9,000억원. 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액이다. 올해 237조원보다 8.4% 증가한 액수이다. 분야별로는 사회복지ㆍ국방ㆍ교육 분야가 10~12%이상 증가하는 등 대다수 분야가 늘어났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SOC)투자는 올해 18조4,000억원에서 17조 8,000원으로 감소했다. 이 금액도 예산조정 과정에서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투자 축소는 단지 건설경기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각종 생산기반 상실로 중장기 국가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특히 국민의 생활 편익 감소와 안전 등 사회적 비용까지 증가시킨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생활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영호남을 잇는 88고속도로는 중앙분리대도 없는 무늬만 고속도로로 전락했다. 교통사고 치사율이 높아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또한 우기의 집중호우로 인한 막대한 인적ㆍ물적 피해가 매년 예산부족으로 반복되고 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인 셈이다. 지난 20년간 재해방지를 위해 필요한 사방댐은 불과 20%만 건설됐고, 3,000여 농업용 댐과 1만5,000여 중소저수지는 대부분이 30년이상 노후됐다. 그나마 보완 중인 저수지 역시 공기 지연으로 또 다른 수해 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SOC 예산축소로 직접 영향을 받는 건설현장은 어떤가. 공기 연장으로 공사비가 상승해 업계의 경영부담으로 작용하며 결국 품질저하와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최근 대한건설협회가 400여개의 SOC 현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이르는 48% 현장이 공사비가 부족했고 이들 현장의 90%이상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종 및 인원을 축소하거나 외상공사로 파행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시민들은 SOC예산 축소가 예산절감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오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예산부족으로 공기가 연장된 국도사업 86건에서 오히려 2조 3,000억원의 공사비가 증액돼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연된 공사기간 중 현장관리비, 물가상승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이유로 공사비가 증액됐음에도 국민의 지탄은 건설업계의 몫으로 돌아온다. 품질저하, 안전 및 민원야기, 실업문제는 덤이다. 현재 우리의 SOC시설은 선진국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물류비도 9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하고 교통혼잡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다. 동북아 시장에서도 중국ㆍ러시아 등 신흥국가들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는 ‘샌드위치 코리아’에 처한 상황에서 SOC예산을 후순위에 두는 것은 지금 우리 경제가 선택할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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