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은행의 보호막을 거둬라

지난 14일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2007~2011년 국가 재정의 중기 운용계획을 짜기 위한 첫 작업인 ‘재원배분회의’가 열렸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혈세를 5년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이른바 ‘혈세배분회의’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 대책 재원과 기초노령연금 국고 부담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수요에 어떻게 대처할지 해법 마련이 기대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정부가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 ‘각종 비과세ㆍ감면조항 철폐’ 등 천편일률적인 대책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우리의 국가채무는 아직까지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안정된 수준”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늘어나는 나랏빚에 대한 정부의 이 같은 안이한 인식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정확한 답은 될 수 없지만 정부가 지난해 작성한 ‘2006~2010년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부는 당시 계획을 통해 국민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올해 33.4%를 정점으로 ▦2008년 32.9% ▦2009년 32.3% ▦2010년 31.3% 등 매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매년 잇달아 초대형 국책사업을 속속 발표하고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 확대 의지를 천명해왔던 참여정부가 어떻게 국가부채를 이처럼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2010년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단적인 예로 1,100조원이 투입될 초대형 국책사업인 ‘비전2030’을 보면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본격적인 사업은 오는 2011년 이후 시작된다”고 말할 만큼 막대한 재정 부담으로 연결되는 시기가 바로 2011년도 예산안부터다. 여기에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 역시 지급 범위가 순차적으로 확대될 경우 2010년 이후 보다 가시적인 형태로 정부 재정을 압박할 예정이다. 참여정부 임기 5년 동안 증가하는 국가채무는 정부 추산만으로도 이미 135조원을 넘어간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믿음이 혹여 이처럼 2010년 이후 국가부채 상황을 감춘 상태에서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인식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쉽게 떨칠 수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