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시장 긴장 고조 ■ 이란, UN핵개발 중단 요구 사실상 거부미국주도 경제·외교적 제재 가능성 높아져석유무기화 땐 경제공황급 충격 빠질수도이란, 새 협상 요구…사태해결 의지 남아 최원정 기자 abc@sed.co.kr 이란이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한 '포괄적 인센티브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능성을 놓고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의 핵협상 대표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은 22일(현지시간) SNSC 청사로 테헤란 주재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및 미국 대사를 대신한 스위스 대사를 불러 지난 6월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를 통해 전달 받은 인센티브 협상안에 대한 답변서를 공식 전달했다. 답변서의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이날 이란의 반관영 파스통신은 이란 정부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요구하는 핵개발 프로그램 유예 요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란은 '새로운 해법(new formula)' 마련을 위한 협상을 요구해 사태 해결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라리자니 의장은 "내일(23일)부터 진지한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며 인센티브안을 제시한 당사국들에게 협상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UN은 오는 31일을 핵개발 중단을 위한 최종 시한으로 결의한 상태여서 이란이 핵개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안보리 또는 미국 주도의 제재 조치에 착수할 전망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의 대변인 크리스티나 갈라치는 "이란으로부터 회색답변을 예상했지만 우리의 입장은 회색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대(對) 이란 재제 이루어지나=인센티브안에 대한 사실상 거부와 함께 유엔이 결의안 수용 시한으로 정한 31일이 가까워오면서 이란 사태를 둘러싼 관심의 초점은 대(對)이란 제재 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이란이 31일까지 유엔의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달 안보리에서 경제ㆍ외교 제재 착수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국가간 입장차가 크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의 효과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어 유엔에 의한 제재보다는 미국 주도의 제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엔이 실제 제재 결정을 내리려면 안보리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데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는 이란의 답변서를 받은 후 "정치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프랑스와 독일 등도 석유대국인 이란과 교역관계를 단절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2008년 대선을 앞둔 미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 22일 부시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를 우습게 보는 나라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며 "미국은 이를 위해 동맹국들을 모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장기적으로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여기에 이스라엘까지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경우 이란 핵위기가 중동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석유시장 '이란 쇼크' 오나=미국 주도의 제재가 추진될 경우 이란이 석유를 무기로 보복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석유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세계 4대 석유생산국인 동시에 중동 석유수송의 지리적 요충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란은 유엔이나 미국을 위시한 일부 국가들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소비량의 20%(하루 1,700만배럴)의 원유수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 선거를 앞둔 미국이 이란의 핵 정책에 강경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이란의 핵개발 지속 방침이 자칫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국제유가는 이란의 핵개발 강행 가능성이 예견되면서부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반등한 국제유가는 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가 전일보다 배럴당 0.18달러(0.3%) 상승한 72.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란이 협상 대상국에 '새로운 해법' 모색을 위한 대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잠재적인 '폭탄'은 안고 있는 셈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은 "이란 사태로 유가가 배럴당 71달러선 아래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입력시간 : 2006/08/23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