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석유화학이 전년동기 대비 70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2ㆍ4분기 실적을 공시한 102개 상장기업중 최고의 성적을 냈다. 또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증권업종이 가장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ㆍ기계ㆍ운수장비 약진 돋보여= 12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22개 업종 가운데 증권업종(162.38%)이 가장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이날까지 확정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는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167.86%, 159.07%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증권사들도 이에 준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희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증권주가 주목을 받는 것은 증권사 이익의 원천인 주식시장의 성장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성장과 함께 증권산업의 수익기반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증시호황을 이끌었던 기계업종과 운수장비업종의 약진도 돋보였다. 기계업종 대장주인 두산중공업이 90.55%의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한 가운데 S&TC(64.33%), 한미반도체(26.2%) 등도 준수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운수장비업종 중에는 현대중공업이 145.5% 늘어난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348.4%), 현대미포조선(347.7%), S&T중공업(25.1%) 등도 선전했다. 윤필중 삼성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 및 수주모멘텀 둔화로 최근 한달 간 조선주 주가는 전 고점 대비 평균 12% 하락했다"며 "하지만 하반기 최대 수주모멘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종목별로는 LG석유화학이 708.4%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며 코스피200 종목 가운데 '최우수상'을 거머졌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석유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시설증설에 따른 기초 생산량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개선을 달성했다"면서 "하지만 국제유가 강세로 인한 원재료 가격 부담 등에 따라 영업이익은 1ㆍ4분기를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석유화학에 이어 활발한 수주로 성장탄력이 예상되는 삼성중공업이 348.4%의 영업이익 증가율로 '차석'을 차지했다. 또 오는 11월1일 LG석유화학과의 합병이 예정돼 있는 LG화학(238.2%)은 3위에 올랐다. 이밖에 업계 쌍두마차인 포스코(32.5%), 현대제철(31.4%)이 분전한 철강업종도 영업이익이 31.59% 증가했고 한국타이어(63.3%)와 금호타이어(141.4%)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전기전자ㆍ통신은 부진= 반면 전기전자업종은 전년동기보다 영업이익이 23.33% 떨어져 이번 어닝시즌에서 꼴찌로 내려앉았다. IT업종의 이 같은 부진은 반도체 가격 급락과 전 세계 IT경기 하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IT업종은 재고율 지표 상 업황의 회복이 확인되고 있고 제품가격 동향도 상방향을 그리고 있다"며 "펀더멘탈 여건도 양호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부담도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매력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업종 역시 전년동기보다 영업이익이 15.72% 하락한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았다. SK텔레콤만 영업이익이 6.93% 상승하며 선전했을 뿐 KTF(-40.21%), KT(-33.77%) 등은 1년 전보다 뒤떨어진 성적을 올렸다.
종목별로는 영업이익이 무려 97.2% 떨어진 신성이엔지가 꼴찌의 멍에를 써야 했다. 안성호 한누리증권 수석연구원은 "신성이엔지는 LG필립스LCD의 투자연기, 중소형 턴키수주 지연 등의 영향으로 2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회사측은 하반기에 예정된 시설투자 등으로 실적개선을 예상하고 있지만 아직 공사일정이 확정적이지 않아 실적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줄곧 실적부진이 예상됐던 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85.8% 하락하며 꼴찌보다 한 순위 앞서는데 그쳤다. 송명섭 CJ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중국 업체로부터 8인치 D램 라인인 C-1 장비를 약 4억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라며 "이번 매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종근당(-46.8%), 풍산(-31.7%), KT(-33.8%)도 부진했다.
한편 코스피200 기업 중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상선, KCC, SK케미칼, 롯데제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