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한국 환경인증'을 꿈꾸며

이만의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이만의 <환경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정치사에서 2004년은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것만으로도 지워지지 않을 이정표를 남길 것이지만 행정 분야에서도 이해상충 소지가 많은 부처끼리 국장급을 교류 근무하도록 함으로써 공직인사에 일대 변혁을 기록한 역사적인 해가 될 것이다. 예전에 건설ㆍ개발과 환경보전을 두고 건설ㆍ산업 관련 부처와 환경행정기관간에 갈등을 불러왔다고 봐 환경부-건설교통부, 환경부-산업자원부 등 상관관계가 높은 국장자리에 상대방 부처의 우수한 국장들을 앉혔다. 곳곳 개발의 칼에 난도질 부처마다 장관부터 최하위직 직원까지 교류제도 시행의 취지와 목표를 겸허하게 이해하고 적극 협조한다면 기대하는 성과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환경이 경제와 복지의 중핵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변적 첨가ㆍ보완사항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눈에 들어오는 현실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환경과 경제를 조화롭게 상생시켜 아름답고 풍요로운 사회를 이뤄내자는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언제까지 꿈이나 목표의 구호로만 내 걸 것인가. 전국 도처에서 환경성을 고려해 아껴뒀으면 하는 곳들이 부지기수로 사라져가고 있다. 적당한 표고에 숲으로 덮였던 구릉지와 야산들이 무자비하게 헐리고 판에 박은 듯한 아파트단지와 콘크리트 건물들이 숨막히게 들어서고 있다. 수도권의 신개발지는 물론이고 지방 소도읍까지도 이러한 추세다. 부지조성 공사로 수많은 식생이 묻히고 베어지는데 막판에 와서야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비싼 값 주고 나무 몇 그루 사다 심는다고 요란을 떤다.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던 제주도와 해변지역에까지 개발의 칼에 의해 자연생태 환경이 난도질당하고 있음은 애통한 일이다. 코앞의 이익을 챙기는 사이 길이길이 빛나야 할 값진 보석이 사라지고 있음을 계속 간과할 것인지 답답하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해 추진하는 건설사업도 마찬가지로 자연환경을 엄청나게 희생시키고 있다. 고속도로나 고속전철을 놓느라 수많은 산자락이 잘려나가고 심산유곡에까지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경제이익 때문에 오랫동안 다양한 혜택을 줄 자연환경ㆍ자원을 성급하게 훼손ㆍ파괴하지 않도록 세계적 연대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우리도 지속가능성지수(ESI)를 높여야 실질적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대대적인 환경교육으로 국민의 환경 마인드를 획기적으로 강화해 ‘환경주권’을 확보하도록 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SEA)등 환경의 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다각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웰빙(Well-being)만 챙기는 동안 자연환경ㆍ국토자원이 망손된다면 우리나라에 비전은 없다.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정부와 국민이 장기적 안목과 세계사적 시야를 갖고 환경에 대해 차분히 되새겨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보물이 가까이 있어도 그것을 알아보고 지키는 주체는 사람이다. 현재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다음 세대들이 이 땅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나가도록 국정과 국민생활의 패러다임을 바로 잡아야 한다. 참여정부가 여대야소의 안정적 정치기반 위에서 환경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선하기를 기대한다. 다시 말해 국가적 환경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중앙 환경행정체계와 함께 지자체의 조직과 예산,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제 21’이 형식에 그치지 않게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환경용량과 참여태세를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환경경쟁력 높여야 환경단체와 학계 전문인들이 주민들과 더불어 환경혁신을 꾸준히 도모해나갈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단순한 이미지 마케팅 차원을 넘어 소재ㆍ설계ㆍ디자인ㆍ공정ㆍ제품ㆍ재활용 등 모든 부문에서 실질적인 친환경 성과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환경이 시민윤리로 정착돼 모든 국민이 청정생산자(CDM)와 녹색소비자(green consumer)가 되는 일이다. 거의 모든 환경영역에서 개개인이 친환경 우선의 선택을 하면 우리나라의 환경 브랜드는 높은 값을 지니게 될 것이다. 제품별로 부여되는 환경인증(EDP)보다 더 값진 것이 ‘한국인’, ‘한국사회’의 환경인증이 아닌가 싶다. 국장급 공무원을 상대방 부처에 바꿔 앉히지 않아도 친환경정책이 국민의 환경의식에 힘입어 미쁘게 시행되도록 올 환경의 날을 기해 함께 다짐하자. 그리하여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환경선진국을 우리 힘으로 기필코 만들어내자. 마음만 합치면 할 수 있다. ‘환경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한국인들 아닌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