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상식으론 도저히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도무지 모르겠다.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최근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 학계, 일반 시민들을 발칵 뒤집어놓으며 핫이슈로 떠오른 노무현 대통령의 대언론정책(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직장인, 식당 종업원, 택시기사, 가정주부까지 관심을 모았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이야기다. 아주 불경스럽겠지만 기자실 통폐합과 부처 접근 금지를 요구한 노 대통령의 결정이나 아들의 분을 풀어주려고 모자를 눌러쓰고 직접 나섰던 김 회장의 행각은 묘하게도 닮은 꼴이다. 기자실 통폐합·보복폭행 닮은꼴 이렇게 대비시키면 ‘전혀 다른 성격의 사안’ ‘격이 다른 내용’이라며 두 분 모두 상당히 불쾌해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 세계, 또는 현재라는 시간개념을 판단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아주 커다란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행위는 ‘법보다 주먹이 앞서던’ 서부 활극의 시대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놀러나갔다 피투성이로 맞고 들어온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울컥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잘한 행동이라고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니 미리 흥분하지는 마시라). 당한 만큼 상대방을 혼내주고 싶고 그러다 보면 힘 있는 어른이 나서기 마련이다. 지금도 골목마다 개구쟁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불거지는 것을 심심찮게 보지 않는가. 특히 개인 대 개인으로 마주하면 자신보다 훨씬 힘이 좋은 젊은 패거리들을 상대해야 할 때 지원세력 없이 맨몸으로 돌진하는 무모한 사람은 없다. 현실 세계라는 기준으로 볼 때 김 회장의 보복폭행 행동은 시대에 뒤진 과거 방식이었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개인이 직접 주먹을 내세워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흘러가도 벌써 한참 흘러갔다는 것을 김 회장 자신만 몰랐거나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기준으로 노 대통령의 기자실 통폐합 결정을 따져보자. 정부 방안대로 굳어진다면 오는 8월부터 정부부처에서 발생하는 뉴스는 3곳의 접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상당수의 기자실이 폐쇄된다. 뉴스의 통로가 막히거나 줄어든 셈이다. 후유증은 뻔하다. 아마도 정부는 언론의 기능을 입맛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냉전시대 사회주의 국가들의 기관지시스템과 흡사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 대해 통제(선진화라고 표현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인정하지 않는다)하겠다고 나서는 방식 자체가 과거 회귀형이다. 이번 결정의 외양은 그렇다 치고 외양을 이렇게 만든 내용물의 골자는 ‘기자들이 죽치고 않아서 뻑하면 딴죽이나 걸고 담합하는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의 취재 방식(내용도 포함됐을 것이다)이 구태의연하고 맘에 들지 않아서 바꾸겠다는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번 결정대로 취재 관행을 바꿔버리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선진화 방안’이라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철학자 흉내 좀 내보자면 ‘현실 세계’란 상당히 불합리하고 꽤 많은 모순이 뭉쳐 있는 곳이다. 그만큼 맘에 들지는 않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사회적 부담이나 피해가 적은 접점에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현실무시한 '시대착오'적 발상 하지만 노 대통령의 이번 대언론정책은 감각적으로도 ‘현재 시각’과 사이클이 맞춰져 있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순수한 의미에서 접근했다면 시계바늘을 너무 미래로 돌린 것이고 우리가 우려하는 감춰진 의미에서 접근했다면 너무 과거로 돌린 것이다. 이 기준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김승연 회장이나 노무현 대통령 두 분 모두가 현실 세계를 따라잡는 데 실패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럴싸하게 표현했지만 시중에 돌아다니는 말을 고스란히 옮겨보자면 ‘시대착오’적이다. 아무튼 ‘상식의 세계’를 살고 있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두 분의 행동과 결정이 모두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