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조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 속에 당초 기대와 달리 개인회생제 신청이 크게 저조하자 대법원이 제도개선에 나섰다. 변제조건을 완화하고 신청자격을 완화해 문턱을 크게 낮추기로 한 것이다.
우선 대법원은 가장 큰 민원대상이 돼온 ‘8년 동안의 내핍생활’에 대해 채무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8년 이내라도 원금을 어느 정도 탕감받을 수 있도록 담당판사가 각 사례별로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차한성 수석부장판사)로부터 첫 개인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은 조모씨 등 5명은 한달에 55만원에서 91만원만 갖고 1인에서 3인 가족이 최소 3년4개월에서 8년 동안을 생활해야 하는 최하생활에 직면했다. 이중 3명은 변제기간이 8년 이내로 채무원금의 100%를 갚아야 한다. 원금탕감이 된다고 알려진 당초 개인회생제의 혜택은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회생제가 너무 엄혹한 최저소비만을 강요해 ‘비자발적 노예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게 됐다. 이는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신청건수가 13일 현재 621건에 그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자 대법원은 13일 급히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개인회생제 개선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고충을 전격 수용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송무제도연구법관은 “8년 이내라도 원금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케이스에 따라 원금탕감이 가능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법원은 최소 3년 이상으로 돼 있는 변제기간 역시 탄력적으로 운영해 3년 미만이라도 변제계획을 승인해주기로 했다. 제도의 경직성을 크게 줄여 각 채무자에 맞게 맞춤식으로 변제계획을 설계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급여소득자와 영업소득자로 제한된 신청자격 역시 채무자들의 큰 불만이었다. 예를 들어 포장마차를 운영하면서 매달 일정 소득이 있는 사람의 경우 빚을 갚을 능력이 있다 해도 개인회생제를 이용할 수 없었다.
상담기간 동안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한 대법원은 사안별로 아르바이트나 일용직ㆍ자영업자라 하더라도 ‘법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수입이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개인회생제 신청자격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 금융기관들이 이자탕감에 불만을 품고 채무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구분한 부채확인서 발급을 거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 부채확인서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 6종 38장에 이르는 방대한 신청서류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7장 또는 8장으로 서류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