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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아베의 과제

일본의 집권 자유민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이즈미는 카리스마 있고 인기도 많은 정치인이다. 그는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위치로 끌어올리는 데 꼭 필요한 경제개혁을 단행했고 ‘강한 일본’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이 있다면 동북아 외교 관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불필요하게 강행함으로써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이자 경쟁자인 중국 및 한국과의 관계가 급속 냉각됐기 때문이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손쉽게 승리를 거뒀고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아베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손자로 정치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점은 눈길을 끌기는 하지만 총리의 자질을 따질 때에는 그다지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아베의 리더십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고이즈미 정권의 경제개혁 수행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일본 경제와 관련해서 아베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고이즈미식 경제개혁을 거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일본 유권자들은 고이즈미가 리더십을 발휘해 주도했던 개혁정책에 상당한 지지를 보낸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만약 아베가 현명하다면 고이즈미가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애쓸 것이다. 외교정책에 있어서 아베는 ‘내셔널리스트(국가주의자)’이자 ‘강경 매파’로 간주된다. 특히 아베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는 자위권 문제 등에 대해 강경한 어조를 낸다면 외교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아베는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앞으로 중ㆍ일관계가 회복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보여주기는 했다. 고이즈미의 성공은 외교가 아니라 경제에 기대고 있다. 아베는 이러한 연장선상 위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다. 만약 그가 경제개혁을 촉진하는 데 성공하고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도 성공한다면 고이즈미의 훌륭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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