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무리 대박도 좋지만…

2일 오전 8시를 전후해 청와대를 나선 노무현 대통령과 공식 수행원 일행을 실은 차량이 오전 9시경 도라산 출입국 사무소 등을 지나 군사분계선 30미터 가량 앞에서 멈춰선다. 이윽고 노대통령 내외, 13명의 공식 수행원이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다같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는다. 점심 무렵 평양에 도착한 노대통령을 기다리는 대규모 환영 인파는 열렬한 환호를 보낸다. 이틀 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을 마친 후 노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거쳐 오후 7시께 서울에 도착한다. 노 대통령은 도착하자 마자 정상회담의 성과를 발표했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선언, 경의선 열차와 육로를 통한 남과 북의 자유로운 왕래 등 예상치 못한 선물 보따리를 늘어놓는다. 갑작스런 선물에 국민들은 기뻐하고 평화 통일에 대한 염원은 더욱 커진다. 조금은 섣부른 기대일지도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은 언젠가 이런 일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더 이상 전쟁에 대한 불안 없이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그 날이 오면 얼마나 기쁠까? 만약 이런 일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 북한에서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온 새터민, 너나 할 것 없이 그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겠지만 우리가 생각 못했던 의외의 사람들도 입가에 미소를 지을 듯 하다. 바로 발 빠르게 움직여 접경지역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다. 지난 8월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 발표된 직후 파주, 문산, 연천 일대에는 갑자기 투자 문의가 늘었다. 극 소수이긴 하지만 거래가 되기도 했다. 두달여가 지난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잠해졌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거론되지만 현지인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문산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같은 나라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한심한 생각이 든다”며 “투자하겠다는 사람이나 돈 벌 수 있게 해주겠다고 땅 사라고 하는 사람들이나 다 똑 같다”며 혀를 찼다. 돈만 된다 싶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때문에 접경지역 주민들 가슴은 오늘도 편할 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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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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