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弱달러 적극 대응하

美 경상수지 적자 지속가능성커… '亞 통화협력체제' 구축 시급

미국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유로화로 평가한 달러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일시적이나마 800원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달러화 가치의 저공 비행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달러화 약세의 근본 원인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가 쉽사리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 2002년부터 급속히 증가하면서 2006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2%까지 상승했다. 한 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GDP의 5% 내외인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2007년은 물론 2008년에도 GDP의 6%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가 당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 망령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미 달러화 약세를 부추긴다. 금리인하와 같은 미국의 경기 안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의 발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건축허가는 14년 만에 최저 수준을, 주택건설업신뢰지수 역시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IMF는 최근에 미국의 주택 경기 침체를 고려, 2007년과 2008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0.8%p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미국 경제의 활력 저하는 미 달러화 자산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켜 달러화 가치를 더욱 떨어지게 만든다. 미국 경기를 살리기 위한 금리인하는 미국 채권의 매력을 저하시켜 이른바 ‘셀 USA’ 현상을 유발한다. 미 재무부가 발표한 올 8월 해외자본 유출입 동향을 보면 외국인들은 미국 국채와 같은 달러화 자산을 사상 최대로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만일 미국 정부가 경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정책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한다면 미일간 금리차를 활용해 자금을 운용하는 엔케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현실화되면 달러 공급이 그만큼 늘어나 달러 약세 현상은 가속화된다. 달러화 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 감소는 대체 투자처인 원유와 원자재에 대한 투기 자본 수요를 증대시킨다. 투기 자본이 달러화 표시 자산에서 원유 등으로 이동하면 원유가는 급등하고 약달러 압력은 가중되는 고유가-약달러의 악순환 고리마저 견고해진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기축 통화로서 달러화 위상도 약화될 것이다. 전 세계 국가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은 2000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 2000년 70.5%에서 2007년 현재 64.8%로 낮아졌다. 달러화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세계 경제 체제인 ‘팍스달러리움(pax dollarium)’이 해체될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달러화 약세 현상은 어쩔 도리가 없는 불가항력의 여건 변화다. 하지만 외환 시장의 수급 조절을 통해 국내 산업이 감내할 수 없는 정도로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최근에 들어 급속히 늘어나는 달러화 자산에 대한 해외 투자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달러화의 장기적 약세 추세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및 무역결제 통화의 다변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따라 실현될 수 있는 국제 금융 불안에 대한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공동 대응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아세안 및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협정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양국간 긴급 유동성 지원 협조 체제)를 발전시켜 일국에 위기가 발생하면 다국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다자간 아시아 통화 협력 체제 구축’에 대한 정부의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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