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8월 29일] 법 손질, 우선순위 정해 단계적으로

한나라당이 오는 9월1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좌편향적 반시장ㆍ반기업’ 법안을 바로잡겠다고 공공연히 벼르고 민주당이 이에 발끈함에 따라 정기국회가 ‘이념국회’로 전략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당이 ‘좌편향 정책’ 손질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할 경우 처리가 시급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은 물론 추경예산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되거나 무산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정권의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 법안을 손질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때도 그러했고,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많은 법안 중 상당수가 반기업ㆍ반시장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안들은 당시에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 받았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를 태풍이 몰아치듯 한번에 손질하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현재 감세정책, 기업환경 개선, 금융규제 완화, 규제개혁, 공공혁신 등의 분야에 걸쳐 수많은 법안이 정비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고 이중 일부는 손질이 시급하다. 출자총액제한제처럼 기업의 활동을 제한해 경제 살리기에 걸림돌이 되고 부동산 세제처럼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킨 법안도 있다. 이러한 법안을 손질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 중 상당수 법안은 개혁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런 법안을 ‘좌편향 법안’이라고 단정해 야당을 자극하면 될 일도 되지 않을 뿐더러 ‘색깔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킬 우려마저 있다. 지난 10년간 마련된 법안 중 평가하고 계승할 만한 것은 해야 한다. 전임자의 정책을 후임자가 무시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큰 폐단이다. 정비 대상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부 손질하기보다는 법안의 중요성에 따라 순서를 정해 차근차근 추진하고 야당과 대화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민주당도 집권 당시 과거의 역사를 ‘오욕과 실패’의 역사로 규정한 것을 반성하고 법안 정비에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 FTA 비준과 더불어 지나치게 반시장ㆍ반기업적인 법안이나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징벌적 성격을 띤 법안 손질에는 앞장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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