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통령 말씀이 최우선?

현상경 기자<경제부>

“절대로 (대통령의) 꾸지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다. “지난달 17일자로 보도된 공정위 관련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는 내용을 알려왔다. 지난달 공정위는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서 아직 실시하지도 않은 올해 불공정거래행위, 기업결합승인 등의 단속 목표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날 본지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공정위의 ‘실적 채우기식 전시 행정’을 비판했으며 이와 관련된 대통령의 지적도 일부 보도됐다. 다음날 공정위는 A4 2장 분량의 해명 자료까지 내놓으며 “대통령은 공정위를 꾸지람한 적이 없다”고 밝혀왔다. 공정위가 본지 기사와 관련, 중재위를 찾는 이유도 ‘대통령의 반응’ 보도가 정확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을 볼 때 공정위는 비판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범행이 일어나기도 전에 단속 건수부터 내놓는 전근대적인 발상을 문제 삼았음에도 불구, 공정위는 이에 대한 개선 의지는 내보이지 않았다. “실제 결과는 목표치보다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다”는 변명이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공정위는 해명 자료까지 내놓으며 “대통령의 말씀은 당부에 불과했다”는 윗분(?)의 의중을 알리기에 급급했으며 본지 기사를 문제 삼은 부분 역시 “왜 높은 분의 말씀을 제대로 싣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계좌추적권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며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권한의 크기가 큰 만큼 정책집행은 투명하고 공정한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 당연히 공정위가 목소리를 기울일 곳은 국민과 기업이다. 이처럼 윗분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집착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경제검찰로서의 권한과 위엄을 지닌 공정위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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