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볼만한 영화] 달드리 감독 ‘디 아워스’

연초록빛 풀잎과 새빨간 들장미 넝쿨위로 황금빛 태양이 내리쬐는 더없이 평화로운 6월의 어느 하루를 배경으로 1923년의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가 주머니에 큰돌을 넣고 급물살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작되는 영화 `디 아워스(The Hours)`. 이후 영화는 현대를 살고 있는 두 여인-1951년 LA에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 로라(줄리안 무어)와 2001년 뉴욕의 클래리사(메릴 스트립)-의 삶으로 옮겨가고 다시 1923년 리치몬드에 살고 있는 젊은 버지니아 울프를 포함한 세 여인이 알람이 울리며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완벽하게 지적인 영화! 오스카는 이 영화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LA타임즈). `최고의 문학작품들처럼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영화!`(USA투데이). 등 각종 찬사와 최고의 평을 받은 `디 아워스`는 세 개의 시간대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단 하루동안의 일상을 교차편집으로 번갈아 보여주며 70년간 시간의 편린들을 매혹적으로 넘나드는 영화다. 집필중인 소설 `댈러웨이 부인`과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로 머릿속이 가득한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에 빠져 있는 로라. 파티 열기를 좋아해 `댈러웨이 부인`별명이 붙은 출판 편집자인 클래리사. 주인공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과 어떤 이미지로든 모두 연결돼 있으면서 `죽음`이 그들의 삶속에 어떻게 개입하게 됐는지에 대해 섬세하게 묘사한다. 울프는 약속시간보다 일찍 온 언니의 방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억제할 수 없는 언니에 대한 사랑 때문에 조카들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한다. 그러나 허전함을 달랠수없다. 로라 역시 남편의 생일날 갑자기 자신의 일상에 염증을 느끼고 주머니에 알약을 가득 채우고 호텔방에 누워 자살을 생각한다. 클래리사는 문학상수상을 앞두고 있지만 에이즈에 걸려 고통받고 있는 옛애인의 자살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가 살고 있는 1923년 영국 리치몬드 교외 그리고 1951년 LA 중산층 부인, 2001년 뉴욕에서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옛애인을 지켜봐야 하는 여인.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얽힌 세개의 이야기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처음이야기가 다음 이야기에 영향을 미치고, 두번째 이야기가 세번째에 그리고 마침내 세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중심을 이루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순간을 맞게 된다. 이 작품은 단 하루동안에 그려지는 여자의 일생을 통해 바로 그 날이 삶의 전부인 듯 디테일한 상황과 감정묘사를 통해 한 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는 전 시대 누군가의 삶을 반복해서 사는 것 같은 윤회의 또다른 모습을 보인다. 1999년 포크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한 마이클 커닝햄의 동명소설을 `빌리 앨리어트`의 영국 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노련한 기법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여기에 스타들의 호연이 합쳐져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도 수상이 유력해졌다. 특히 이영화의 또다른 매력은 울프역을 맡은 니콜 키드먼. 영화의 사전 정보없이 보게되면 `니콜 키드먼이 누구야`라며 눈을 부릅뜨게 된다. 실제 울프와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매부리코를 붙이고, 윤기없는 두터운 회색 가발 아래 숨긴 채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스크린에 나선 그녀를 알아볼때는 영화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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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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