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2(화) 19:05
우리 경제를 「국민총생산(GNP) 1만달러 시대」까지 끌어올려 놓기도 했던 정부의 역대 경제총수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이론가들이다. 지난 62년 12월 경제부총리라는 직제가 도입된 이래 등장한 24명의 이력이 이를 잘 말해준다. 나웅배(羅雄培)·조순(趙淳)·이승윤(李承潤)씨 등으로 대표되는 교수출신과 임창렬(林昌烈)씨 등 엘리트 정통경제관료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때로는 성장론을 기치로, 때로는 안정론으로 우리 경제의 방향타를 쥐어왔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이들이 이끌어온 우리 경제가 「IMF 수렁」속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상황논리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또 이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해박한 경제식견을 갖고 있었음에도 실물경제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때문에 우리경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이들의 경제논리를 시험하는 장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재계에선 이제부터라도 경제이론 보다 실물경제에 정통한 경제총수를 등용할 때라고 말한다. 그동안 교수나 정통경제관료만이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경제총수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그는 지난 94년 재무장관에 취임한 이후 미국 경제를 제2의 부흥기로 끌어올렸다. 실물경제에 관한 그의 탁월한 식견에 힘입어 미국은 이례적인 호황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런던스쿨 오브 이코노믹스·예일대 로스쿨 등을 거친 그는 변호사로도 잠깐 일을 했지만 지난 66년에 골드만 삭스에 입사해 90년 회장에 오른 실물경제통이다. 그래서 경제이론 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을 갖춘 실용주의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그가 취한 행동 중에서 재무부의 아시아팀을 두배로 늘리고 서울과 홍콩, 자카르타에 시장분석 담당관을 새로 임명해 매일 아침 보고를 받고 추가조사를 직접 지시한다는 것은 그의 「실물경제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배순훈(裵洵勳) 전 대우전자 회장이 재정경제부나 산업자원부는 아니지만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등용된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裵장관이 기업의 경영논리를 정통부에 이식하는 작업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는 눈여겨 볼 만하다.
결국 앞으로 우리 경제를 이끌고 갈 사람은 교수, 정통경제관료, 기업인 등 누가 되든 실물경제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가 실물경제에 관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경제관료들을 육성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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