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農心'으로 장난치지 마라

한나라당이 쌀 협상안 국회비준을 두고 이리저리 저울질을 시작한 모양이다. 협상안 자체는 통과시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정치적 효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당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오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 10일 상임운영위 비공개 회의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민노당의 요구대로 12월 초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결과를 본 뒤 쌀 비준안을 처리하면 어떠냐”고 말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농민들의 표를 무시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굳이 여당도 아닌데 농민들이 반대하는 쌀 협상안 비준에 열린우리당과 함께 총대를 멜 필요까지는 없다는 계산인 듯하다. 11일 강재섭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국제연합(UN)의 북한인권결의안 한국 참가 요구안과 쌀 협상안을 연계해 16일 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말도 했다. 절묘한 원내 전략이다. 다른 정당은 어떤가. 국회 밖에는 수십일째 농민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소속 의원이 2주일 넘게 밥을 굶고 있다. 농민 대책이 부실한 상황에서 협상안을 비준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국제 신용과 경제적 손실 등의 이유로 16일 비준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무엇인가. 아마 ‘농민표’라는 정치 논리와 ‘여야 협상’이라는 원내 전략이 입장인 듯하다. 찬성과 반대 가운데 어느 쪽 논리가 옳으냐를 따지기 전에 애매한 태도로 생색은 생색대로 내고 정치적 손실은 여당 측에 떠넘기겠다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농민을 우롱하고 ‘두번 죽이는’ 행태다. 통과를 시키려면 16일에 통과시켜라. 안된다고 하려면 결사 반대하라. 답은 뻔한데도, 눈물 어린 농민들의 기대 섞인 시선과 정부의 조바심 가득한 눈길이 한나라당에 쏠려 있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농심(農心)’으로 장난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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