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북극해에 매장된 미지의 석유가 900억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1,669조 입방피트에 달해 러시아 매장량에 맞먹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정부가 보고서를 통해 북극해에 매장된 지하 자원 규모를 공식적으로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SGS는 “북극해 대륙붕은 지질학적으로 볼 때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는 대륙붕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고 밝혔다. USGS가 추정한 북극해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는 전세계 미탐사 석유의 13%, 미탐사 천연가스의 30%에 달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USGS는 이번 보고서 작성에 현재 기술로 개발할 수 있는 미 탐사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가능성 있는 방법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러시아는 북극해 한 가운데 4,000미터 심해에 자국 국기를 심었다. 러시아의 이 같은 행동은 북극해에 매장된 자원,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각국의 경쟁을 부추겼다. 올해 5월 덴마크 주도로 열린 그린랜드 5개국 정상회담에서는 각국이 경쟁을 자제하고 UN 해양법 협약을 준수할 것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극해 자원은 상업적 잠재가치가 높아 개발경쟁은 가속화하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러시아 야말지역에서의 가스탐사를 지원했고 토털은 러시아 스톡먼 가스전에서의 활동을 보장받았다. 미국 석유회사들 역시 자국 알래스카내 북극해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그랜린드 주변 대륙붕 탐사에 관심 있는 회사들을 대거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고유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처일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알랜 머레이는 “USGS는 종종 다른 연구기관이 추정한 잠재 매장량 보다 낙관적인 수치를 내놓고 있다”면서 “북극해의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당장의 석유 수급이나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