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민 집장만 더 어렵게 하는 주택정책

정부가 또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2003년 10ㆍ29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1ㆍ11 대책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안을 쏟아냈으면서도 이제와 다시 주거복지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번 1ㆍ31 대책의 특징은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화해 대규모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것이다. 1ㆍ11 대책에서 분양가 상한제와 원가공개 확대로 가격안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서민들을 위한 주거복지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하지만 임대주택의 무분별한 확충이 과연 서민들이 원하는 주택정책인지는 의심스럽다. 물론 임대주택의 확대도 공급대책의 일환이므로 다소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더욱이 40평형대 중대형 아파트를 포함해 비축용 장기임대주택을 매년 5만호씩 건설하고 10년 후부터 여차하면 분양으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므로 어느 정도 실효성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91조원 규모의 임대주택펀드를 구성한 뒤 수익률을 6%에 맞추려면 가구당 연 456만원을 별도로 재정에서 부담하는데도 30평 아파트 임차인은 임대보증금 2,500만원과 월 임대료 52만원을 내야 한다. 문제는 이 정도 부담을 현가로 계산했을 때 1억5,000만원에 다다르며 지금도 수도권 주변에서 얼마든지 내 집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임대주택의 택지가 아주 좋은 곳이 아니면 무주택자에게 별 매력이 없는 셈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더더욱 선호도가 떨어질 임대주택은 결국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고 하겠다. 더욱이 정부는 1ㆍ31 대책을 내놓으면서 그 동안 6억원 초과 주택의 신규구입 때만 적용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억원 이하 아파트에도 신규든 기존이든 가리지 않고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무주택자들이 은행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줄어드는 은행대출 규모가 저소득층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는 가장 좋은 길은 다양한 주택을 많이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첩경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부분을 강화한 주택정책이 도리어 민간주택 건설을 위축시키고 결국 서민들의 집 장만을 더 어렵게 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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