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30일 영어 제시문 금지등을 뼈대로 하는 논술 가이드라인을 공개함에 따라 대학들의 수시 2학기 논술 문제 개발에 비상이 걸렸다.
각 대학별로 특성화된 전형 방법에 맞춰 수시 2학기를 준비해 온 수험생들도 시험을 코앞에 두고 문제 유형이 바뀔 수 있어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선 고교 교사들은 "본고사 논란이 있는 통합형 논술보다 가르치기 쉬워질 것 같다"며 환영했으나 수시 2학기 전형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은 지금까지 공부한 게쓸모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 대학들 "따르긴 하지만…'=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이 정책으로 확정된 만큼 이를 따라야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대학은 없었다.
그러나 수차례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대학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과 아쉬움을 나타내는 대학 또한 적지 않았다.
경희대 이기태 입학처장은 "오늘 가이드라인은 본고사가 아니라 논술 고사의 정의를 내린 것으로 상식적 수준에서 결정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처장은 그러나 "외국어 제시문 금지 항목의 경우 외국어가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박동곤 입학처장은 "영어는 내신과 수능에서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에내신의 신뢰도만 높아진다면 영어 제시문 포함 여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평가와 별도로 대학들은 당장 수시2학기 논술 문제 유형을새로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특히 수시 1학기 논술에서 본고사 논란을 빚었던 고려대와 이화여대는 수시 2학기에서 문제 유형이 상당 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인묵 고려대 입학처장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방향이나 내용에 대해 이해당사자로서 의견을 낼 수 있지만 일단 확정되면 말없이 따라야 한다"면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논술 출제유형은 일부 조절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 최은봉 입학부처장도 "문제가 없는 부분은 상당 부분 그대로 가고 가이드라인을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부 문제를 중심으로 조금 바뀌겠지만 수험생 혼란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통합형 본고사 출제방침으로 논란을 촉발시킨 서울대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학교의 입장을 이날 오후 밝힐 계획이다.
◇ 교사ㆍ학생 `일단 환영' = 일선 교사와 학생들은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라인이 본고사 논란을 잠재우고 문제 난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양 동안고 김도현(19)군은 "지금까지의 논술문제들은 본고사라 불러도 무관할만큼 수준이 높아서 학교 수업으론 따라가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는 것을 평가하는 유형으로 바뀌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대부고 김백건(19)군도 "학원에 다니며 논술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게 현실이었는데 그런 문제가 좀 해결될 듯 하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사들도 가이드라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개포고의 한 3학년 교사는 "가이드 라인 제시로 논술을 위해 수학ㆍ영어를 준비하던 부담이 줄고 순수한 논술준비만 시킬 수 있게 돼 환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고 한 교사도 "지금까지의 논술 문제들을 학교에서 준비해주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학생들이 논술 준비를 위해 사교육으로 들이던 금전적, 시간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대원외고 3학년부장 이경만 교사는 "이번 가이드 라인 발표 역시 교육 과정의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므로 큰 혼란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그러나 "영어 지문은 영어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영어를 통해 학생의 사고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영어지문 제시의 금지로 종합적 사고력 측정이 소홀해 질지도 모른다"고 우려의 입장을 표했다.
◇ 논술학원도 변화 불가피 = 논술학원 등 사교육 현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어 제시문이 사라지면 대학들은 국문 제시문의 난이도를 높이는 등 가이드라인에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 최대한 변별력을 높이려 할 것이 뻔해 학원들도 이에 맞춘 새 과정을 선보일 것으로 학원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또 외국어 제시문 금지로 영어논술을 따로 편성했던 대형 학원들도 영어 논술을발빠르게 새 유형에 맞춘 강의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논술학원 강사 이용균(30)씨는 "논술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어차피 강사마다 개인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시험이 1개월 반 정도 남은 시점에서 문제 유형이 바뀐다면 원하는 대학에 맞춰 준비를 해온 학생과 학부모가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대성학원 강사 박모(31)씨는 "학원계에서는 2008학년도 입시안?워낙 큰 화두여서 논술 가이드라인으로 인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치 메가스터디 이석록 원장은 "기본적으로 교육부의 방향은 논술 본래 취지에맞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준비할 시간이 있는 고1이 아니라 고3부터 바로 적용된다는 점에 당혹스럽다. 이런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조성미 장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