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니, 미국식 지배구조 도입

일본 기업의 상징인 소니사가 28일 이사회를 열고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 경영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미국식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후 줄곧 일본 기업의 정식적 뼈대였던 종업원 중심의 기업 경영이 미국식의 주주중심 경영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소니를 위시해 일본기업들은 현재 상법상으로도 이사회와 경영진이 분리돼 있지 않아 경영을 집행하는 내부 이사들이 이사회를 독점, 이사회의 감독 기능이 사실상 없었다. 또한 감사도 내부 조직에 감사인을 두고 있어 회계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확보할 수 없었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인 소니는 워크맨 등 최첨단 제품을 앞세워 세계 전자 시장을 장악, 지난 80년대말 미 컬럼비아 영화사와 맨해튼의 부동산을 사들이며 미국기업에 일본식 경영 배우기 열풍을 불게 했던 장본인. 그러나 90년대초부터 최근까지 10년 넘게 일본경제 침체가 지속되면서 종신고용과 인화로 대변되는 소니식 일본 경영은 퇴색돼 왔다. 이번 지배구조 전환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세계적인 공개기업으로 상당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지배구조 개선 압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34개 일본기업중 상당수가 소니를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니는 특히 엔론사태 등 회계부정 사건으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더욱 엄격하게 규정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채택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즉 회계투명성 강화와 경영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절반 이상을 외부 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아래 인사, 감사, 보상의 세가지 위원회를 둘 계획이다. 노부유키 이데이 소니 회장은 이날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GM 등 미국식 지배구조와 흡사한 쪽으로 이뤄졌다”며 “이사회는 10명에서 20명으로 구성되고 이중 과반수 이상이 외부이사로 채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일본기업들이 과거 종업원 채권자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주 중심의 미국식 기업 지배구조로 전환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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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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