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10일] <1719> 더 보트레이스


질문 하나. 지구촌의 야외 스포츠 가운데 단번 승부로 최다 관중을 모으는 경기는 무엇일까.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간의 조정 정기전이다. 불과 20분 안짝의 경기를 직접 보려고 매년 봄 50만명이 템스강을 찾는다. TV시청 인구까지 합치면 전세계 2억명이 경기를 관전한다. 양교의 시합이 시작된 것은 1829년 6월10일. 해로스쿨 동창인 케임브리지의 찰스 마리벨과 옥스퍼드의 찰스 워즈워스(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조카)의 우정이 대학 간 경기로 이어졌다. 관중 2만명이 지켜본 첫 경기의 승자는 옥스퍼드. 케임브리지는 1836년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 패배를 갚았다. 정례전으로 치러진 1839년 이래 2010년까지 전적은 세 차례의 엎치락뒤치락 끝에 80대75로 케임브리지의 우세. 케임브리지와의 격차가 68대52로 벌어졌던 1975년 이후 1992년까지 17차례 대결에서 옥스퍼드가 16승을 거두며 한 게임 차로 좁혀졌을 때 영국인들은 1년 내내 경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왜 영국인들은 '더 보트레이스'라는 고유명사까지 만들어가며 이 경기에 열광할까. 수상 스포츠 선호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 속에 발전하는 엘리트들의 모습도 이 대회의 매력으로 손꼽힌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선수로 뛸 수 없다는 규정도 유명하다. 하버드-예일, 육사-해사, 와세다-게이오 대항전과 없어진 연고전의 원형도 두 대학 간 경기다. '아름다운 경쟁'은 캠퍼스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경쟁이 없었다면 한국의 백색가전이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차세대 핸드폰을 같은 날 출시한 삼성전자와 애플도 마찬가지다. 바라건대 세계와의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의 내실이 더욱 다져지고 마침내 승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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