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휴대폰 요금 인하 방침으로 통신 시장은 정부의 ‘규제’라는 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로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제 폐지, 의무약정제 재도입, 범용가입자인식모듈(USIM) 개방 등 그동안 시장경쟁을 제한했던 주요 규제들이 대부분 제거돼 통신업계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생존 게임’에 몰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SK텔레콤의 시장 독점이 강화돼 후발 사업자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 과금체계 변경 등 모든 사용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보편적’ 요금 인하 요구가 제외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핵심 규제 모두 제거 ‘정글 속으로’=인수위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계속 통신업체들을 규제라는 울타리 속에 가둘 경우 요금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통신업체들은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경쟁보다는 보조금을 주고 가입자를 사오는 마케팅 경쟁에 매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요금은 내려가지 않고 통신사업자들은 마케팅 비용에 허리가 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 지난 한해 동안 이동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5조원 이상, 초고속통신업체들은 2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가입자 확보 효과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통신사업자들이 요금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고 그에 따른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수위가 이번에 통신시장을 억눌렀던 주요 규제들을 단계적으로 제거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뒤틀린 통신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KTㆍSK텔레콤 ‘굴레 풀렸다’ 공격적 행보 나설 듯=통신위의 규제 완화는 KT와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양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름 속에서 제대로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이 실행되면 이러한 족쇄는 모두 풀리게 된다. 특히 통신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반드시 규제기관의 약관 심사를 거치도록 했던 요금인가제 폐지는 앞으로 이들이 시장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 완화의 효과는 즉각 시장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인수위의 요금인하 방안이 발표된 직후 가입자 간 통화료 할인(망내 할인) 수준을 기존의 50%에서 70% 이상으로 20%포인트 이상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도 다음주 초 이전의 10%보다 할인율을 훨씬 높인 결합상품을 선보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FㆍLG 통신계열사 등 ‘후발사업자 씨 말린다’ 강력 반발=인수위의 인하 방안에 대해 KTF와 LG텔레콤 등은 ‘후발사업자의 목을 조르는 방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SK텔레콤이 마음만 먹으면 시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데 인수위가 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제거하려 한다는 것이다. 후발 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요금경쟁도 좋지만 모든 방어막을 철거해 버리면 경쟁력이 달리는 후발사업자는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똑같지는 않더라도 후발사업자도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