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톰 본 부사장은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V’자형의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관련해서는 ‘안정적’이라며 당분간 등급 조정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아시아ㆍ중동 지역 국가신용 등급평가를 담당하는 번 부사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글로벌 소용돌이와 한국 경제’라는 주제로 행한 연설에서 “한국의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 증가한 것은 한국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희소식”이라고 밝혔다.
번 부사장은 그러나 “이번 플러스 성장은 건설 부문이 뒷받침한 덕분으로 산업생산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재고조정 효과가 컸다”며 “따라서 강력한 회복의 신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번에는 과거와 같은 회복패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의 회복이 더뎌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외환위기 때처럼 크게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내수 확대와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번 부사장은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 4%, 내년에는 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앞으로 5년 간 평균 성장률로 4%를 제시했다.
그는 국가신용등급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등급을 언제 올릴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이는 한국 경제를 밝게 보는 신호”라면서 “그러나 등급 조정은 아직은 이르며 ‘안정적’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국가 리스크에 대해서는 북한이 아닌 은행의 해외 부채를 꼽았다.
번 부사장은 “북한에 의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제약하는 요인이 아니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북한 문제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은행 예금은 별로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대출을 늘리는 바람에 은행의 해외 부채가 늘어났는데 이는 이번 금융위기에 한국을 다른 나라보다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1ㆍ4분기 플러스 성장과 관련,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어 애널리스트들이 놀라워 하고 있다”며 “재정정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