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검증의정서' 채택 실패
6자 회담 결렬… 교착 장기화 불가피부시 임기내 핵폐기 문턱 끝내 못넘어
베이징=홍병문 기자 hbm@sed.co.kr
북한 핵 검증의정서 마련을 위한 제6차 6자회담 3차 수석대표회의가 11일 끝내 합의 도출에 실패해 폐회했다.
회담 소식통은 이날 "오늘 오후 다시 수석대표간 회의를 열고 쟁점에 대해 논의했으나 검증의정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은 다음 회담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날 오전 북한이 지난 9일 중국이 제시한 의정서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돌파구 마련이 주목됐으나 북한의 의견이 이른바 '국제적 기준'에 미흡한데다 일본이 보다 '명확한 표현'을 요구하면서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핵 6자회담은 지난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의혹을 풀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6자회담은 결국 핵 검증 문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부시정권 임기 안에 비핵화 3단계(핵 폐기) 문턱을 넘지 못했다.
남ㆍ북ㆍ미ㆍ중ㆍ러ㆍ일 6개국은 지난 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시작된 이번 회담에서 ▦검증의정서 채택 ▦비핵화 2단계 마무리 계획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 등 3가지 의제를 놓고 협의했으나 검증의정서와 관련된 북한과 나머지 나라간 의견 대립이 커 검증의정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전날 사실상 합의결렬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쳤던 6개국 수석대표들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회담장에 다시 모여 개별 회동을 벌이며 극적인 반전을 모색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6개국 대표는 이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을 한 뒤 오후에 다시 모여 의장국 중국의 성명과 함께 회담을 종료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이 핵 검증 체제에 동의하지 않으면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북측은 검증의정서에 북한의 핵 역사 흔적이 드러나는 시료(試料) 채취를 명문화하는데 강력히 반대했고 핵 검증 주체와 대상 등에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 거부, 영변 핵 시설 외 미신고 지역에 접근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핵 검증의정서를 둘러싼 한ㆍ미ㆍ일과 북한간 견해차가 워낙 극명하게 드러나 앞으로 한쪽의 전격적인 양보가 없는 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6자회담이 다시 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정권교체 일정을 감안할 경우 내년 1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뒤 정권이 안정 궤도에 오르고 대북 정책이 확정될 때까지는 6자회담이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던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승하고 있는 오바바 정부의 경우 부시 정권에 비해 대북 협상에서 훨씬 큰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북핵 정책에서 '터프하고 직접적인' 협상을 하겠다고 오바마 당선인이 밝힌 만큼 정권 초기 북미간 긴장 강도는 부시 정권과 마찬가지로 팽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의장국 중국 측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내년 1월초에 회담이 속개될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지만 북측이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접고 오바마 신정부와의 협상에 대비하는 모습이어서 북핵 협상은 장기 교착국면에 진입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내년 3월에는 마치겠다던 비핵화 2단계(불능화) 일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남북 관계 또한 6자회담 결렬에 따라 악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7월 12일 북핵 6자회담 폐막 날 전해졌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금강산ㆍ개성관광 중단, 남북 육로통행 제한ㆍ차단 등으로 차갑게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북핵 문제가 진전될 경우 우리 정부로서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 강화와 전격적인 대북 유화정책의 명분을 얻어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재회 기약 없는 종료 선언으로 북핵 협상이 격랑에 휩싸이면서 남북 관계도 긴 동면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