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용카드 전쟁에 앞서

조영주 기자<금융부>

“사람은 참 쉽게 망각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국내 한 신용카드사 A사장의 말이다. 그는 “대형 카드사간 과당경쟁으로 촉발된 카드사태가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는데 다시 출혈경쟁을 재연하고 있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우량고객 모시기’ 경쟁에 대한 얘기다. 이미 포화상태가 돼버린 국내 신용카드시장에서 카드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 되는 회원’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카드사들은 올해 경영목표를 회원 수 늘리기보다 우량회원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드사의 플래티늄카드 회원 유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과열경쟁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판매실적이 우수하고 연체가 없는 최우수 회원들을 대상으로 플래티늄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당초 플래티늄카드는 기존 골드카드에 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을 내세워 40~50대의 재력가나 대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 고위직 공무원 등으로 발급을 제한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연회비는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고 가입 대상도 대기업 간부급 직원과 일반 공무원으로 더욱 넓어졌다. 다른 카드사 회원에 대한 텔레마케팅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플래티늄카드 회원 자격이 확대된 것은 회원 유치를 위한 카드사간 경쟁이 가열됐기 때문”이라며 “현대ㆍ롯데 등 후발 카드사들도 회원 확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출범과 연내로 예정된 외환은행의 매각 소식은 카드사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신용카드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를 갖고 있는 외국은행들이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경우 시장을 순식간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연초 신용카드시장은 전운에 휩싸여 있다. 카드사들은 사활을 건 전쟁에 돌입할 태세다. 금융감독당국과 업계가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싸우는 규칙을 정해 과도한 경쟁을 피하는 것이 제2의 카드사태를 막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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