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戰雲짙은 정유업계] 여기저기 파열음 불붙은 '기름싸움'

7월 폴사인제폐지로 '진검승부' 될듯◇1라운드=대한송유관 공사 갈등 90년 안정적인 석유 공급망 건설을 목표로 설립된 대한송유관공사가 지난 1월말 민영화됐다. 송유관 공사는 인천→김포공항→고양, 인천→신공항, 서산→천안→성남, 여수→대전→성남, 온산→울산→대구→대전→성남을 연결하는 1,000여㎞의 지하 송유관과, 고양련돗횅대전렐볐꼬? 약 3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저유소가 있다. 정유사들로서는 금맥과 같은 공급망이다. 갈등은 신임 경영진 구성에서 벌어졌다. 관련기사 정유사들이 정부 보유 주식 50% 가량을 사들여 지분 비율이 SK 34.04%, LG칼텍스 정유 25.59%, 에쓰오일 15.57%, 현대정유 17.66%(인천정유 포함), 기타 10.14%의 분포를 갖추고 있다. 어느 주주사도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과반수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것. 대주주인 SK는 지난 1월말 주총에서 SK㈜ 임원을 지낸 조헌제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에쓰오일은 이에 반발하며 주총 무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신임 경영진을 선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며 기업의 비밀이 새어나갈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다. 이에 대해 SK는 "대주주인 LG정유, 현대정유, 에쓰오일 등과 이사회 및 경영진 구성을 포함해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독립적인 경영, 이익의 최대화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겠다"며 에쓰오일의 반대를 공박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에도 상법상 강제되고 있지 않은 감사위원회를 존속시키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로만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회사경영에 대한 감사를 하게 함으로써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 에쓰오일의 소송 및 양측의 대립이 대한송유관 공사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라운드=석유제품 가격 신경전 '울며 겨자먹기'. 정유업체간에 벌어지고 있는 석유제품 가격 신경전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정유업체들은 환차손 등 기름값 인상요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2, 3월 석유제품 가격을 사실상 동결한 상태다. SK㈜는 지난 1월말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316원에서 1,346원으로 30원 인상했다. 그러다 에쓰오일이 곧바로 가격동결 발침을 내놓자 모든 가격이 1월 수준으로 환원된 뒤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판도 재편에 대한 에쓰오일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대한송유관 공사를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원ㆍ달러 환율상승으로 리터당 40~50원의 유가 상승요인이 발생했고, 최근들어 다시 환율 상승기미가 나타나는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누적된 실정"이라며 "이러다간 올해도 신경전으로 자칫하면 한해 장사를 망치지 않을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7년 석유가격 공시가 산업자원부에서 정유업체로 자유화됐을 때 가격인하 경쟁이 있었다. 그해 5월과 7월, 매월 수차례 가격인하를 발표하며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경쟁은 언제나 폭발할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며 "하지만 이번처럼 정유사가 어려움을 안은 적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가격 경쟁에 대한 업체들의 입장 차이는 크다. SK㈜는 전체 석유제품 매출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도 안돼 큰 타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또 에쓰오일은 재무구조가 건전해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 고유가로 내내 고생했던 정유사들이 연초부터 펼치는 가격 경쟁으로 올해 역시 수익성 확보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라운드(예고)=단일폴사인제 폐지 7월부터 단일 폴사인제가 폐지될 예정이다. 단일 폴 사인제란 한 주유소가 한 정유업체의 제품만 취급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해온 제도. 정유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에 석유제품 수입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많은 주유소들이 무폴이나 복수 폴 형태로 영업에 나서게 됐다. 산업자원부와 공정위는 공정거래와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7월부터 단일 폴사인제를 폐지하기로 합의를 끝낸 상태. 주유소들은 여러 회사 제품을 한 곳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일단 주유소와 후발 정유업체들은 이를 반기고 있다. 그동안 정유사들은 우량 계열 주유소와 정유사의 지원금을 갚지 못한 주유소간에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최고 100원씩 차이가 나는 공급체계를 유지했다. 채무가 있는 주유소들은 폴사인제의 폐지를 계기로 그동안의 억울함을 한꺼번에 토해낸다는 계획이다. 다른 정유사들의 지원을 등에 엎고 입지를 높이겠다는 전략. 특히 새로운 복수폴 시장에는 시장점유율이 가장 적은 에쓰오일로서는 공격경영에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실제로 이 회사는 폴사인제가 없어지면 현재 15%인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며 벼르고 있다. SK와 LG칼텍스 정유 등 선발업체들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수성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정유사 매출의 전진기지나 다름없는 주유소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폴사인제의 폐지는 그동안 정유업체가 쥐고있던 칼자루를 상당부분 주유소에 넘겨주는 셈이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국내 정유업계는 전에 없던 경쟁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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