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산 버블을 막으려는 규제책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미 달러화 등 안전통화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실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는 최근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강세를 띠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달러당 1.4326유로를 기록한 후 5거래일 연속 떨어져 27일 현재 달러당 1.4243유로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 강세는 최근 중국 정부가 기존의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을 점차 철회하는 조치를 공표했기 때문. 이는 투자자들이 아시아 최대 산업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자국의 자산 버블 확산에 대응해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경우 세계경제 회복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다시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모습도 보였으나 중국의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 등 아직은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용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이 내놓는 예측 불가능한 정책들은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끼칠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버블 형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확장적 경기부양책을 접는 조치를 최근 속속 내놓고 있다.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무원 회의에서 철강 및 시멘트의 과잉생산과 무분별한 투자를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환경기준과 기업설립 요건 등을 강화해 업체 수를 제한하고 생산량도 조절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이 주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에 집중돼 철강ㆍ시멘트ㆍ유리ㆍ전력산업 등에 투자가 몰릴 것을 우려해 산업 간 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들어 은행 대출 등으로 시중에 공급된 1조1,000억달러의 자금이 부동산시장 등에 투기자금으로 흘러들어 자산 버블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원재료의 생산제한으로 사전에 버블 형성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중국 건설은행은 7일 하반기 신규대출을 상반기에 비해 70% 줄일 것이라고 발표, 현재의 확장적 통화정책에서 선회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소마 쓰토무 오카산증권 채권 딜러는 “아시아 경제의 핵심 성장엔진인 중국이 투자제한 조치를 취하면 아시아 경제회복에 손상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현상이 증가하면서 달러나 엔 등 안전통화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달러와 함께 대표적 안전통화로 꼽히는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 최근 3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으나 파운드화는 유로화 대비 7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