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연평도 포격 등 긴박한 한반도 정세와 애초 전략으로 내세운‘아시아 연대’의 실패로 인한 결과였다.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국민의 힘을 결집하도록 진로를 수정한다.
◇유럽위원들에게 동북아 평화론은 패착= 한국은 지난 2일 스위스 취리히 메세텐트롬에서 치러진 2022월드컵 개최국 투표에서 3차까지 올랐으나 최종투표까지 가진 못 했다. 1차 투표에서 호주가 1표밖에 얻지 못해 탈락했고 2차 투표에선 일본이 2표에 그쳐 떨어졌다. 한국은 1차 4표, 2차 5표 등 점점 표수를 늘렸으나 3차 투표에서 5표에 그쳐 미국(6표), 카타르(11표)에 밀려 월드컵 유치의 꿈을 접었다.
한국이 줄곧 4~5표에 머문 이유는 9명의 유럽 집행위원 표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집행위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다. 한국은 월드컵 유치가 오히려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된다는 정면 돌파를 시도했으나 22명의 집행위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현장에 있었던 외신 기자들은 “딱딱한 정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다른 장점을 부각시켰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이 핵심 카드로 내세웠던 ‘아시아 연대’도 자충수였다. 애초 카타르가 조기탈락하고 미국 혹은 호주와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줄 알았던 한국의 판세 분석은 부정확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이후 유치전에 뛰어든 시간이 너무 짧았던 것도 감점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002년에 월드컵을 개최했던 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쉬움 뒤로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에 올인= 한국은 이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민적 힘을 결집할 계획이다. 강원도 평창은 내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 동계올림픽 유치를 두고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와 한판 승부를 펼친다. 평창은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서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 이번만큼은 반드시 유치에 성공하겠다는 각오가 뜨겁다.
월드컵유치위원회가 월드컵 유치 실패로 해산되면서 국가적 관심과 지원도 이제 평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한국은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특임대사로 임명해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이건희 IOC위원, 문대성 IOC 선수위원 등을 모두 활용해 득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월드컵위원회가 치중했던 ‘동북아 평화론’의 한계가 이번에 드러난 만큼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좀 더 신선한 논리로‘평창대세론’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