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맨해튼의 50가, 파크 애비뉴에 19일(현지시간) 하루종일 태극기가 휘날려 행인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맨해튼에서도 비싸기로 소문난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제3회 코스닥등록기업 뉴욕설명회가열렸는데 이를 기념해 호텔측이 태극기를 내건 것이다.
물론 이번 행사를 주간한 모건스탠리증권의 입김이 작용했겠지만 부총리나 국빈이 아니면 태극기를 내걸지 않는 관행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 다. 국내 코스닥기업의 위상과 한국 증권시장의 규모가 뉴욕 월가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성숙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번 행사에는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갖춘 코스닥 대표기업 11개사가 참 석했는데 정문식 이레전자산업 사장과 이범형 백산OPC 사장이 유독 눈에 띄었다. 그들을 통해 성공한 비즈니스맨의 전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5평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집도 돈도 학력도 내세울 게 별 로 없었다. 여관방을 전전하면서도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방이 비좁아 아내와 아이들은 정 사장이 연구할 때는 일부러 밖으로 나와 지하철역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세계금융의 중심인 월가에서 푸트남ㆍ타이거매니지먼트ㆍ아메리칸센추리 등 내로라하는투자회사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했다. 테이블 귀빈석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화려했지만 그 이면에는 젊어 고생한 그의 자화상이 그대로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사장은 고희를 넘은 나이에 젊은 최고경영자(CEO)들과 자리를 같이했다 . 60이 넘은 나이에 창업한 그는 올들어서만 벌써 6번의 해외 IR와 박람회 를 다녀올 정도로 정열과 성취의식이 충만한 비즈니스맨이다. 레이저 프린 터에 장착되는 OPC드럼을 생산해 세계 애프터마켓에서 20%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맨해튼에 태극기가 휘날릴 수 있었던 것은 도전과 정열로 무장된 이들 비즈니스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니었을까. 젊음을 무기로 새로운 가치 를 추구하는 진취적인 기상, 나이가 들어도 열정을 잃지 않는 도전정신. 맨해튼에 있는 고급호텔을 예약하는 한국 비즈니스맨이 더욱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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