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당초 예상과 달리 극도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급감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의 입국과 검찰조사ㆍ사법처리 유보 결정 등으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상황은 180도 뒤바뀌었다. 금융감독당국이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후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매각시기가 불투명해졌다. 산업ㆍ우리ㆍ기업 등 은행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HSBC가 굳이 비싼 가격에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기다릴 이유도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HSBC가 오는 4월 말 계약종료 이후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다른 은행 인수에 나서거나 재계약을 통해 인수가격을 크게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낮추거나 분할매각을 선택하게 된다면 시세차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HSBC, 불투명한 계약 파기 가능성 높아져=HSBC는 이번 판결 이후에도 ‘외환은행 인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평가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HSBC와 론스타의 계약이 4월까지 유효하지만 그때까지 매각시기가 확정되기 힘든 만큼 HSBC가 불투명한 계약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더구나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ㆍ기업은행 등 더 나은 은행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론스타와 맺은 높은 가격조건을 유지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팔기 위해서는 4월 말까지 ▦한국 내 승인 및 인ㆍ허가 작업이 끝나고 ▦외환은행에 중대한 부정적 변화가 없고 ▦소송 결과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 때문에 HSBC는 지난해 9월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인수합병(M&A) 신고서를, 12월17일에는 금감위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매각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 헐값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두 재판의 최종 판결까지는 최소한 2~3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은행, 대기성 매물 쏟아지면 외환은행 가격 하락=국내 금융기관 중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곳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그리고 농협 등 세 곳 정도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산업은행 민영화를 시작으로 우리은행ㆍ기업은행에 대한 매각 작업이 예정돼 있다. 여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씨티은행이 한미씨티은행을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SCB가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을 다시 매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잠재 매물이 5곳으로 늘어난 상황이다. 외환은행이 유일한 매물이던 때와는 상황이 사뭇 달라진다. 인수자가 2~3곳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매물이 5곳 이상으로 늘어나면 외환은행에 대한 인수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HSBC는 물론 국민ㆍ하나은행 등도 매각시점이 불투명한 외환은행에 목매달 이유가 없다”며 “HSBC는 외환은행 인수를 고집할 이유도 비싼 가격을 줄 이유도 없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론스타, 분할매각 vs. 매각 장기화 고민, 헐값매각 재판이 분수령=론스타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판결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매각 장기화로 HSBC와의 계약파기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분할매각이라는 방식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일단 유죄판결을 받은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벗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은행 헐값매각 1심 재판결과가 나오고 HSBC와의 계약이 끝나는 4월 이후에는 분할매각과 매각 장기화 사이에서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가 감독당국의 승인이나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외환은행 지분을 팔려면 10% 미만으로 쪼개서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팔아야 한다. 론스타는 HSBC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장부상 주당 순자산가치의 1.83배, 계약일 이전 30일간 평균 거래가의 29.0%를 프리미엄으로 받았다. 분할매각에 나설 경우 할인매각이 불가피해 1조원 가량 수익이 줄게 된다. 현재 론스타가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의 시가총액은 1일 종가 기준으로 4조3,762억원, 경영권 프리미엄(30%)은 1조3,000억원 가량이 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보유지분 매각과 배당으로 지난 2003년 투자원금 2조1,548억원의 85.4%인 1조8,398억원을 회수한 상황이어서 원금 회수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 그러나 경영권 없는 대량 주식을 누가 인수하겠다고 나설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기 위해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는 것도 부담이 크다. 펀드의 투자 만기도 있고 매각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에는 어느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면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