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수부대 지휘관이었다고 주장해 온 한 탈북자의 정치적 망명 요청이 미국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시애틀 총영사관과 탈북자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미 워싱턴주 시애틀 이민법원은 23일 임천용(40)씨에 대한 정치적 망명 허용여부 관련 결정에서 북한을 벗어나 한국에 정착해 온 기간이 길고 한국여권을 소지해 북한인으로 보기 어렵고 고문 등 박해를 입증할 수 없다며 신청을 각하했다.
임천용씨는 지난 8월 이후 시애틀 인근 타코마 이민국 구치소에 수감돼왔다.
이민법원의 이같은 결정은 빅토리아 영 판사가 이날 임씨측 변호인 토머스 도노반 변호사에게 통보, 확정됐다. 법원은 이와 함께 그의 추방보류 청원 또한 기각한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도노반 변호사는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임씨는 "폭탄을 신문지에 싸 우편함에 놓아두는 등 북한의 살해위협이 계속돼더 이상 한국에 살 수 없어 미 망명을 희망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탈북이후 중국과 몽골을 거쳐 남한에 정착한 상황과 이후 실상을 자세히 열거했으나 법원은 그가제출한 자료가 망명신청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영 판사는 또 그가 한국여권을 소지했고 출국할 당시 중국내에 있는 가족 상봉이라고 여행목적을 밝힌 뒤 캐나다를 통해 밀입국했을 뿐 더러 아들도 한국 시민으로 국내외에서 대우를 받았다는 점을 들어 '북한국적자' 신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임씨의 경우 지난 10월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앞서 미국땅을 밟았다고 하나 이 법률 제302조가 북한을 탈출한 후 남한 시민으로 권리를 누린 이들은 구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사한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정착지원금을 받았거나 일시적이나마 기반을 가졌을 경우 법원은 정치혹은 종교적 박해가 아닌 경제적 어려움을 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밀입국을 택했다고 판단, 망명신청 거부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
임씨는 지난 8월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입국, 자신은 북한에서 휴대용 핵폭탄을은닉해 특정지역에 침투하고 상부의 명령에 따라 중요인물을 암살하도록 특수훈련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임씨 외에도 탈북이후 국내에서 모델로 활동했던 윤인호(29)씨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 이민법정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