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울레우 블라인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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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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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종교를 풍자·유머로 승화
알폰소 휘피의 '감성의 여정' 대림미술관서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로울레우 블라인드'
'마지막 여행'
어디선가 본 듯한 친근한 문(門).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들은 그 문 때문에 세상과 단절되기도 하지만 문은 분명 또 다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다.
대문이 예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대림산업이 운영하는 대림미술관은 서유럽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 알폰소 휘피의 예술세계를 만날 수 있는 ‘감성의 여정’(Sentimental Journey)전을 4월 9일까지 연다.
독일에서 활동해 온 알폰소 휘피는 젊은시절 은 세공사로 훈련받은 후 칼리오그래피, 그래픽디자인,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면서 그의 상상력을 펼쳐왔다. 휘피는 64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로 지금까지 300여 차례의 전시회를 했으며, 71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신화와 종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전통에 얽매여있거나 근엄하지 않고 유머와 풍자가 넘쳐 관객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감명 깊게 읽었다는 18세기 영국작가 로렌스 스턴의 소설로부터 전시회 제목을 빌어 즉흥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은 세계 각국의 대문을 촬영한 사진 70여점과 옛 페르시아 시인이나 알라딘의 마술램프 등을 소재로 그린 드로잉과 블라인드 10여점 그리고 사진에 펜으로 그린 ‘마지막 여행’ 등 총 128점이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제자들과 떠난 아르메니아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에 펜을 덧칠한 ‘마지막 여행’. 대규모 지진으로 국토가 황폐화되고 터키의 약탈과 소비에트의 멸시로 상처의 역사를 안고 있는 아르메니아를 둘러보며 촬영했던 사진에 휘피가 현장에서 느꼈던 영적 감성을 삽화처럼 그려넣었다.
그는 “여행을 다녀와 사진을 인화해 보니 초점이 맞지 않아 쓸모없게 됐으나 당시의 체험이 너무나 생생해 사진에 나의 느낌을 그렸다”라며 “못쓰게 된 사진이 담고 있는 진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현실세계로 끄집어냈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의미”라고 말했다. 4월 9일까지 대림미술관 (02)720-0667
입력시간 : 2006/02/21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