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29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회사를 상장폐지 위기에 몰아넣은 핸디소프트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상필씨와 윤문섭 전 대표 등 경영진이 관련 형사재판 과정에서 무려 9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횡령ㆍ배임 사건재판에 많아야 3~4명의 변호사가 선임되는 관행에 비춰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유력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도 이렇게 많은 변호인단을 꾸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바지사장'을 동원해 사옥매각과 허위공시 등으로 29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기소된 핸디소프트의 경영진이 재판에서 법무법인 KCL•다원•태승•지원 등의 4개 로펌과 개인변호사 2명 등 총 9명의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소송과정에서 법무법인 바른(2명)과 두우앤이우(2명)는 사임계를 제출하기 전에는 선임 변호사가 13명이나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법조계의 한 중견 변호사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코스닥 업체의 횡령ㆍ배임 사건에 이렇게 많은 변호인단을 꾸린 것은 특이한 경우"라며 "많은 변호인과 전관을 선임해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 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재판도중 사임계를 제출한 K변호사는 지난해까지 재경지역 법원장을 두루 역임하고 올 2월 퇴임과 동시에 로펌에 입성한 전관인사로 분류된다. 특히 K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수년간 검사장과 고위법관 등 전관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형사부분을 크게 강화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90억여원을 횡령해 회사는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고 주가폭락으로 신음하는 일반주주들을 생각해볼 때 자신의 변론을 위해 고위법관 출신 등 10여명이나 되는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은 사회상도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지상목 부장판사)는 이씨와 윤씨가 같은 사건임에도 각각 기소된 점에 따라 오는 29일 심리를 열고 두 사건을 병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김석우 부장검사)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특가법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핸디소프트의 실제 사주 이씨와 대표 윤씨 등 공모자 4명을 구속 기소했다.
현재 대검찰청은 코스닥 상장사 및 상장폐지사 30여개를 허위공시ㆍ주가조작ㆍ횡령 등의 혐의로 전국 일선지검에 배당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