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증권시장의 한주 앞을 내다보는 작업에 긍정론자와 비관론자가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이번주처럼 뉴욕 월가의 애널리스트가 한결같이 내려간다고 일치된 전망을 내놓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문제는 얼마나, 언제까지 내려가느냐 하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쏟아내는 코멘트를 몇가지 들어보자.
"증권시장은 전쟁을 앞둔 상황처럼 광폭해지고 있다"
"시장은 지극히 심각한 비관론에 빠져 있다. 충분한 매도가 이뤄질때까지 기다릴수밖에 없다."
"시장은 경제 개선과 따로 놀고 있다. 두려움이 탐욕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시장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탐욕이 지배할 때 상승하고, 증권은 무섭고 돈을 잃는 곳이라는 두려움이 가득 차있을땐 한없이 내려간다. 지금 뉴욕 월가는 좁은 골목을 향해 집단으로 탈출하는 양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동 이스라엘에는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폭탄테러가 쉬임없고, 뉴욕의 유태인 거주촌도 타깃이 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보도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테러의 직접 타깃이 됐을 때 도망가지 못해 많은 죽음을 맞았던 뉴욕 월가는 미리부터 돈보따리를 싸고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뉴욕 증시의 관심은 나스닥과 S&P 500등 주요 지수가 지난해 테러직후인 9월 26일의 저점 이하로 내려갈 것인지 하는 점이다.
이미 기술주 100종목의 나스닥 100 지수는 테러후 저점아래로 추락, 5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5영업일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2.3%, 나스닥 지수는 4.3%, S&P 500지수는 1.8%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1,000 포인트 아래인 989 포인트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9월 26일의 종가 965.80에 한걸음 다가섰다.
민간연구소 ISI 그룹의 에드 하이만 소장은 S&P 500 지수가 1,000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면 주가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S&P 500 지수는 올들어 14% 하락,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1970년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나스닥 지수는 테러후 저점(1,423 포인트)에서 10여 포인트 떨어진 1,440까지 내려왔다.
◇ 폭풍전야
애널리스트들 사이의 논쟁은 주가가 언제까지 하락할 것인지 하는 점이다.
모건스탠리의 투자전략가 바튼 빅스는 "주식을 너무 팔았다"며 저점이 이미 형성됐다고 말하면서도 "시장 심리가 지나칠 정도로 저하돼 있다"면서 당장은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보지 않았다.
비교적 불리시(bullish)한 애널리스트들은 앞으로 2~4주 동안 주가가 더 내려간뒤 과도한 매도에 따른 상승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는 S&P 500은 15%, 나스닥은 30% 상승여력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곰장세에서 비관론자들의 목청이 높기 마련이다. 어떤 애널리스트는 올 3~4ㆍ4분기까지 베어마켓(bear market)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달러가 하락하고, 중동사태가 악화하며, 기업과 금융계의 부정부패 사건이 확산되면 오랫동안 주가가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3개월째 주가가 하락했는데도 여전히 뉴욕증시는 고평가돼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나스닥 지수의 경우 주가수익률(PER)이 80으로 지나치게 높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주가는 신경제의 거품이 남아있어 현재도 고평가돼 있고,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금리 유지 가능성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25일과 26일 이틀간의 회의를 거쳐 둘째날에 금리 조정 여부를 발표하는데, 월가에서는 이번에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월가에서는 금리 인상시기가 종전의 8월에서 요즘엔 9월로, 어떤 이는 연말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소수 의견으로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예일대의 로버트 쉴러 교수등은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주를 포함, 앞으로 2주 정도는 본격적인 2ㆍ4분기 어닝시즌(earning season)을 앞두고 기업들이 실적을 사전에 예고하는 워닝 시즌(warning season)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에는 라이트 에이드, 크로거, 나이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3콤, 페덱스, 제너럴 밀스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주에는 반도체업체인 AMD, PC메이커인 애플 컴퓨터가 실적 하향을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블루칩 500(S&P 500) 기업의 2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3%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는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