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5일] 여름휴가 잃어버린 건설업계

"임원들은 전부 휴가를 반납했고 직원들도 해고 명단이라도 발표될까 봐 자리 비우기를 꺼립니다."

지난 7월31일 전국 고속도로를 이용한 이동 차량이 총 425만대를 기록해 역대 여름휴가 기간 내 최대 교통량을 기록했고 인천공항 출국장 역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다. 휴가 얘기를 꺼낼 처지가 못 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A건설사는 최근 임원 6명, 직원 35명이 구조조정됐다. 채권단 실사가 본격화되면서 추가 감원얘기도 나온다. 비슷한 처지의 B건설사는 이달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임원은 "긴 휴가가 시작될지도 모르는데 여름휴가를 또 찾을 수 있겠느냐"며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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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회오리를 운 좋게 피해간 남은 사람도 웃을 입장이 아니다. 회사를 갱생시킬 먹을거리가 걱정이다. 분양을 하려 사놓은 땅은 대부분 매각했고 땅이 있다 해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여력도 없다.

결국 매달릴 것은 공공공사 수주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전망이 어둡다.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경기 부양을 위해 이미 많은 예산을 끌어 써버려 그다지 기대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상반기 31조원에 달하던 공공공사 수주 물량은 올해 상반기 19조원까지 급감했다. 여기에 공공시장의 '큰손'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발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과 무관하게 부동산 대책을 주관하는 과천 관가는 이번주부터 일제히 휴가 모드에 돌입했다. 장관이 휴가를 간 사이 실무자들도 대부분 휴가 일정을 잡았다. 이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지난달부터 정부가 내놓겠다고 공언한 부동산 대책 얘기도 쏙 들어갔다. 언제 거래활성화 대책이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당분간은 '무대책이 대책'라는 것이 관가의 분위기고 서민정책에 밀려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에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여름휴가를 잃어버리고 주택 건설시장의 멍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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