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4월 02일] 중소기업의 현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수의 88%, 전체사업장 수의 99%, 부가가치 창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 문제로 판매이윤이 극히 악화된 중소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은 지 오래됐다. 이런 현실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그저 무늬만 화려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 정치적 이벤트, 대선과 총선 시즌에 몸과 마음이 허하고 시린 중소기업과 순진한 국민들을 우롱하는 사탕발림 이벤트로 전락했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지난 반세기 동안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 정책으로 눈부신 고도성장을 단기간에 이루게 된 성과 뒤에는 대기업에 적은 비용으로 품질 좋은 부품과 양질의 노동력을 무한 제공한 중소기업들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희생이 있었다. 정부의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 정책과 헌신적인 중소기업의 역할로 우리나라는 영어사전에도 나오는 재벌이란 단어도 갖게 됐다. 국내 재벌 대기업 중에는 ‘국민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과연 몇 개나 있을까’ 하는 씁쓸함과 함께 공허함마저 느껴진다. 최근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조성과 정ㆍ관계 로비 의혹 및 경영권 승계 관련 삼성특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현실에서 느끼는 중소기업의 소외감과 이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은 최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휴대폰 제조 분야와 자동차 제조 및 선박건조 사업부터 코흘리개 어린 아이가 먹는 과자, 동네 구멍가게 유통업까지 돈이 되는 분야라면 하지 않는 사업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도 재벌 대기업들은 환율과 고유가 문제 그리고 노조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자신들의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게 전과시키는 뻔뻔하고 치졸한 행동도 서슴지 않으면서 시장경제 질서의 근본을 파괴하는 불공정거래도 지속적으로 저지르고 납품단가를 많이 깎은 직원에게는 인사고과의 혜택과 연말 특별 보너스까지 준다고 한다. 재벌 대기업들은 상품의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에의 투자와 노력에서보다 말 잘 듣고 힘없는 중소기업에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해서 얻는 수익이 훨씬 더 크고 설령 문제가 돼서 과징금을 부과받더라도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불공정거래는 근절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이러면서도 재벌 대기업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저마다 윤리경영과 상생경영 그리고 나눔경영을 강조하는데 정말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은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상식이다. 국가 체제가 유지ㆍ발전되기 위해서는 법질서와 사법체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인이고 이를 지키고 관리하는 심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지만 우리 주변의 현실은 어떠한가. 왜 우리 사회에는 ‘유전무죄ㆍ무전유죄’라는 속 끓는 이야기가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일까. 아무리 많은 회사 돈이라도 재벌 총수가 횡령하면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공헌한 기여 덕분에 중죄는 면하고 대부분 관대한 처분을 받는다. 중소기업 사장과 노동자가 그 돈을 횡령한다면 관대한 처분을 받을 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 중소기업 사장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마다 분신자살에다 한강 투신자살과 같은 극한 상황으로 내몰려야만 하는 것일까. 재벌 대기업 총수나 계열사 사장님께서 회사경영 힘들어서 못 사시겠다고 분신자살이나 한강에 투신자살하셨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난해 말 재벌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 자기자본금의 1000%에서 3000% 가까이나 되는 잉여금을 현금으로 쌓아놓고도 투자할 곳이 없어서 걱정이란 뉴스를 들었는데 같은 기간 중소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협력의 전제조건은 불공정거래 근절뿐인 현실에 오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아마도 다들 경제 살리기를 강조할 텐데 중소기업이 잠시나마 반짝 주인공이 돼 불쏘시개가 될 것이 불 보듯 하다. 이번 선거가 국민의 냉철한 판단과 선택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심화된 양극화 격차를 줄여줄 일꾼이 뽑힐 좋은 기회이다. 시장경제가 지속적으로 유지ㆍ발전되려면 질서라는 규칙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 시장경제 질서는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다. 국회ㆍ 정부ㆍ우리 국민들은 언제까지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간디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사회악 현상으로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심 없는 상거래,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를 들었다. 종기는 처음 치료시 확실하게 곪은 곳을 짜내어야만 상처에 덧이 나지 않는다. 중소ㆍ대기업 간 불균형을 이렇게 아무 대책도 없이 방치하다 끔찍한 외과 수술만이 마지막 선택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무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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