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소비구조’로 각광 받으며 급신장한 할인점은 지난 2003년 매출 면에서 백화점을 따돌리고 유통가의 왕좌에 올랐다. 올해도 지속적인 점포 출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예상하고 있지만 느긋한 수성 입장에서는 상당히 벗어나 있다. 지난해 다수의 기존점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데다 아직 총매출 면에서는 미미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많은 신 유통업태가 이름 알리기에 나서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유통업태 약진=지난해에는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의 중간 크기인 수퍼슈퍼마켓(SSM)의 이름 알리기가 본격화됐다. 올해도 LG수퍼가 15%, 롯데수퍼가8%의 신장률을 전망하며 각각 10여개의 점포를 신규 오픈해 할인점의 ‘파이 뺏기’에 나선다. 지난해 첫발을 디뎠던 100~300평 규모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올해 20여개의 점포를 새로 문 열어 사업 확장을 꾀할 방침이다. 편의점도 올해 훼미리마트가 600개, LG 25시가 400개의 점포를 오픈하며 총 매장 수를 각각 3,400개와 2,300개로 늘리는 등 볼륨을 더욱 확충할 전망이다. 약품과 건강식품, 뷰티 용품 등을 취급,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드럭스토어 업체 역시 올해를 다점포화의 원년으로 삼는 분위기다. CJ올리브영이 올해 15개의 매장을 추가하며 코오롱웰케어도 4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열 방침이다. LG유통이 A.S. 왓슨과 합작으로 운영하는 뷰티숍‘왓슨’도 올 3월 첫 모습을 드러낸다. 아울렛 매장도 ‘양지’로 본격 나섰다. 이천일아울렛을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은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뉴코아의 8개 점포를 아울렛으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올 상반기 과천점을 아울렛으로 리뉴얼 오픈, 진용을 새로이 한다. 하이마트 등 동일한 제품군의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하는 ‘카테고리 킬러’ 형태의 매장도 백화점 가전 매장 등을 현격히 따돌린 채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할인점 등 적극 수성= 할인점 등의 수성도 다양하다. 할인점들은 차츰 쇼핑몰과 유사한 형태로 변신 중이다. 계절상품 정리 개념의 ‘세일’이 지난해 첫 등장했고 명품 등을 파격가에 판매하는 행사도 있었다. 또 SSM의 공세에 맞서 중소형 할인점도 올해 나온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1,000~1,500여평의 중소형 할인점을 오픈해 SSM 입점이 적당한 지역에까지 손을 뻗칠 것으로 보인다. 또 슈퍼마켓 업태가 지역 밀착형 서비스로 성공한 선진국의 예를 거울삼아 주민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마트가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인 이마트 몰을 개설, 신선식품 위주의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 역시 강화된다. 스트리트 쇼핑몰 컨셉이 인기를 끌자 매장에 입점한 의류 브랜드들을 거리 쇼핑몰처럼 도열한 할인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편의점 역시 지난해 유명브랜드와 손잡고 자체 상품(NPB)을 대거 선보이며 가격 인하 효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백화점 역시 대량 유통망으로 가격을 낮춘 ‘SPA’ 의류 브랜드들을 입점, 할인점과 일정 부분 각축을 벌이게 됐다. 전문가들도 국내 유통 구조의 변화가 빠른 만큼 어떤 업태도 ‘영원한 강자’를 자처하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어 수성 및 세 확장을 위한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