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국민 사과로 끝날수 있나

벼랑 끝까지 갈 것만 같던 MBC ‘PD수첩’와 황우석 교수팀과의 논란은 결국 ‘PD수첩’팀의 공식사과로 일단락됐다. MBC는 4일 9시 뉴스데스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 진위논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애초 MBC가 불순한 의도에서 이번 황 교수 팀의 의혹을 제기한 것이 결코 아닐 것이다. MBC측은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보다 탄탄한 윤리적 토대를 갖추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취재를 해 왔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기 반성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원성이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우선 MBC가 제기했던 첫번째 의혹이 난자제공과 관련한 윤리의식 문제였기 때문이다. 타인의 윤리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추상같이 지켜야 할 취재윤리 부분을 어겼다는 데서 MBC의 원죄는 벗겨질 수 없다. MBC측으로서는 사과를 하면서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사실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몰래 접근하는 일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 박사팀의 연구는 평소 PD수첩이 파헤치는 ‘고위공직자 뇌물 논란’ 같은 문제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강압으로 야기된 섣부른 보도에 따른 피해자는 단순히 황 교수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적게는 황 교수와 함께 일했던 연구 동료들부터, 넓게는 황 교수에게 희망을 찾았던 불치병 환자들 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가슴 속 상처를 남기게 됐다. 공식 사과가 있었지만 이것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전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이 ‘왕따’ 위기에 몰린 만큼, 이제까지의 노력 이상을 경주해 신뢰를 회복할 일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과정이야 나빠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라는 인식은 애초 난자제공 윤리문제를 불거지게 한 황 교수팀 이나 무리한 취재를 강행한 MBC 모두 뼈저리게 느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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