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짐되기 싫어" 노인자살 급증
3년새 57% 증가, 자살자 4명중1명 노인…대책 '절실'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노인복지가 취약한 사회 현실 속에서 "자식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3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자살자 수는 3,653명으로 3년 전인 2000년(2,329명)에 비해 56.8%나 증가했다. 하루에 노인 10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1,794명에서 1만3,005명으로 10.3% 늘어나는데 그쳐 노인 자살자 증가율이 전체 자살자 증가율의 5.6배에 달했다.
지난해 총 자살자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8%나 됐다. 노인 자살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19.7%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체 인구 대비로 보더라도 노인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62명으로, 10만명당 27명인 전체 자살자 비율의 2.3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부양을 단지 가정 문제로만 방치해 온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복지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 노인들은 생계를 '자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59%, '근로소득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34%에 달한 반면 '공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받는 경우'는 11%에 그쳤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이 85% 안팎에 달한다. 올해 우리나라 노인복지 예산도 전체의 0.4%인 5,000여억원에 지나지 않아 15% 수준인 유럽은 물론 일본(3.7%), 대만(2.9%)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한국노년유권자연맹 김기만 사무총장은 "일부 독거노인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자로 지정되지만 호적상 자식들이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는 부양을 받지도 못하면서 정부의 보호 대상에서 빠져 사각지대에 방치된다"며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차라리 죽겠다는 맘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입력시간 : 2004/10/13 07:07
수정시간 : 2004/10/13 15:33